고개숙인 '225억 수원 전세 사기' 부부와 아들…혐의 인정
정씨측, 다만 보증보험 가입 일부 피해자에 대해선 "사기 고의성 없다"
- 배수아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경기 수원지역을 중심으로 다수의 빌라와 오피스텔 약 800채를 보유한 채 임차인들에게 225억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정모씨 일가가 법정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11일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부장판사는 사기, 감정평가사법위반,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정씨 부부 A씨와 B씨, 그의 아들 C씨에 대한 2차 재판을 열었다.
지난 첫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측의 의견소통 부재로 인해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정씨 일가의 의견을 확인하지 못한 채 10여분만에 흐지부지 끝난 바 있다.
이날 정씨측 변호인은 사기 혐의 등 전반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를 인정했다. 다만 피해자 214명 가운데 10여명이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고의성이 없다'며 법리적으로 다퉈보겠다고 밝혔다.
정씨 변호인은 "임대차 보증금 반환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는 게 공소사실"이라면서 "보증보험은 임대인(피고인)이 해주는 건데, 보증보험에 가입했다는 것은 전세금 반환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기의 고의는 없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정씨측은 감정평가사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업 감정'을 한 것이 실제 있는 사례를 가지고 한 것이어서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재판의 다음 기일은 다음달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정씨 부부는 2018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임대사업 등을 위해 법인 17개를 설립하고, 공인중개사 사무소도 3개를 직접 운영했다. 이어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수원시 일대에서 개인과 법인 명의를 이용해 '무자본 갭투자'를 벌였고, 피해자 21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225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이 무자본 갭투자로 사들인 빌라와 오피스텔은 약 800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일가족이 조직적으로 전세사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임대법인 사장, 정씨 아내는 계약 담당, 정씨 아들은 감정평가를 맡았다.
정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다수의 건물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법인 설립 시 자본금 납입을 가장하고, 대출금 700억원이 넘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구체적인 자금관리 계획 없이 '돌려막기'로 임대를 계속했다. 또 건물 5채를 명의신탁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 남편 정씨는 2022년 6월, 감정평가사인 아들에게 감정평가를 직접 의뢰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들 C씨는 같은 건물에서 고가 거래된 특이 거래를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하는 이른바 '업 감정'을 하는 등 감정평가법을 위반했다.
정씨는 또 임차인들의 보증금으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가 운영하는 임대 법인의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해 현금화하거나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현금으로 돌려받는 이른바 '깡' 수법을 써 1억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도 받는다.
검찰과 경찰은 매주 '수원 전세사기 수사 실무협의회'를 열고 최신 전세사기 판결문을 분석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sualuv@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