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이재명에게 보고" vs "300만 달러는 창작"…이화영 재판(종합)

검찰이 공개한 검찰 진술 조서…이화영 최초 자백 진술 담겨
이화영 측 "이재명 방북 비용 300만 달러…기소 위한 창작"

경기도 평화부지사 시절의 이화영.(경기도 제공) 2018.10.7/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로 1심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쌍방울의 방북비용 대납 사실을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5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이 전 부지사의 56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오전 공판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검찰의 서증조사(검찰이 신청한 증거 중 채택된 것 공개하고 입증 취지 설명)가 이뤄졌다.

검찰은 2023년 6월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조사 당시 진술서를 공개했다. 검찰 측은 "검사가 먼저 묻지도 않았는데도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개한 2023년 6월 9일자 이 전 부지사의 진술 조서에 따르면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이 이재명 도지사 방북을 위해 북한에 100만~200만불을 보내고 계약서를 쓰는 등 일이 잘되는 것 같다, 2020년 초 방북이 성사될 것 같다고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최초 자백 진술이 담겼다. 당시에는 설주완 변호사가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6월 14일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는 "현대아산과 같은 기업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술하면서, "방북 비용에 대해 이재명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변호인 동석하에 자세히 말씀드리겠다"고 진술했다.

6월 18일 이어진 검찰 조사는 당시 이 전 부지사를 변호하던 법무법인 해광 변호인의 동석하에 이뤄졌다. 이 전 부지사는 이날 "김성태가 방북비용을 알아서 전부 처리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이재명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지사는 또 "제가 국제대회 마치고 이재명에게 보고드렸다. 김대중 대통령 방북 당시 현대아산 예를 들면서 기업을 껴야 방북이 수월하다고 말씀드렸고, 이재명도 '잘 진행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6월 21일, 22일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는 "이재명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방북비용 대납을 부탁했고, 쌍방울 김성태, 북의 송명철과 방북에 대해 논의할 때 북한 측에서 최고 수준으로 의전 해주기로 약속했다"고 진술했다.

8월 8일 이 전 부지사의 자필 진술서에는 "그간 해광 변호인들은 이화영 입장에서 재판을 진행해 왔음. 두 변호사는 진실만 말하기를 강조했고,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의 자백 진술이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의해 이뤄진 허위 진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러한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진 8월 11일 검찰 조사에서도 이 전 부지사는 "검찰에서 회유와 딜을 해 허위 진술한 것으로 의혹 제기를 하는데 그런 사실이 전혀 없고 누구의 강요나 회유로 진술한 게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내용대로 진술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해당 진술을 재차 번복하고 '이 대표에게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 등을 보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측 변호인 김현철 변호사가 2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재판부 기피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0.23/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측 김현철 변호사는 이어진 오후 공판에서 검찰측의 서증조사에 대한 반박 의견을 PT로 조목조목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재명 방북 비용 300만 달러는 이재명을 기소하기 위한 검찰의 창작"이라고 반박했다. 쌍방울 문서 어디에도 이재명 방북 준비에 관한 증거가 없어 검찰이 도지사에게 이 전 부지사가 보고했다는 진술 조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어 김 변호사는 쌍방울이 지급한 500만 달러는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이 아니라 2019년 5월 쌍방울의 대북사업 계약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300만달러도 김성태의 방북비용이라는 입장이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12일 열린다. 이날은 이 전 부지사측의 서증조사에 대한 나머지 반박 의견 제시가 있은 후 검찰측이 신청한 기재부 공무원 등 3명의 증인신문이 이뤄진다.

이 전 부지사측의 '북한측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는 금융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조회 신청에 대해 검찰이 증인신문을 통해 재판부의 판단을 요청하겠다는 취지다. 검찰측은 "기재부 회신 내용은 단편적인 답변만 있어 담당자가 전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고 답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다른 사건에서도 특수영역, 생소한 주제에 대해 주무부서의 유권해석을 참고한다"며 검찰측이 신청한 증인을 채택했다.

앞서 이 전 부지사측은 북한 조선아태위가 금융제대 대상이 아닌데도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기소했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에 기재부 사실조회를 신청한 바 있다.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공모해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800만달러를 해외로 밀반출하고 북한 측 조선 아태위와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인사에게 전달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외화 3만달러를 초과하는 지급수단을 국외로 가져갈 경우 사전 신고하지 않은 점 △금융제재 대상자에게 자금을 지급할 경우 사전 허가 받지 않은 점 등이 위반 사항이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