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어서 신규 외래 환자 못 받아요" 대기석에 수십명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따른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4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아주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외래 대기석이 가득 차 있다. 2024.3.4/뉴스1 ⓒ News1 김기현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따른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4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아주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외래 대기석이 가득 차 있다. 2024.3.4/뉴스1 ⓒ News1 김기현 기자

(경기=뉴스1) 김기현 배수아 유재규 기자 = "전공의가 없어서 아직도 신규 외래 환자를 못 받고 있습니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따른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4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아주대학교병원 1층 로비에서 만난 A 간호사(30대)가 나지막이 건넨 말이다.

그는 "정형외과의 경우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이후부터 현재까지 초진을 제한하고 있다"며 "대부분 수술하려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현재는 (전공의가 없어) 수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전공의가 필요한 처치 등을 진행하는 데 시간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다"면서도 "다만 전공의들이 없다고 해서 외래 진료 자체에 큰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수술을 비롯한 일부 외래 진료에 상당 부분 차질이 빚어지고 있긴 하나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아주대병원은 여느 때처럼 환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지만, 외래 진료는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20년이 넘도록 아주대병원을 이용하고 있다는 이모 씨(86·여·수원)는 "오늘만 순환기내과와 신경과, 두 곳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며 "TV를 통해 전공의들이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는 같은 날 낮 12시 수원시 팔달구 지동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이따금씩 119 구급차를 통해 응급의료센터를 찾는 응급환자들은 일체 지연 없이 곧바로 적절한 치료를 받는 모습이었다.

진료과별 외래 대기석에는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50여명의 환자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들 역시 종전과 상황이 비슷하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일부 환자 가족들은 긴 대기시간이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의 영향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친동생의 파킨슨병 진료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김모 씨(66·여·화성)는 "저도 10여 년 전 이곳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후부터 최근까지 계속 이용하고 있는데, 확실히 진료해 주는 의사들이 줄어들었다"며 "큰 불편함이 없어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따른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4일 낮 12시께 수원시 팔달구 지동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4.3.4/뉴스1 ⓒ News1 김기현 기자

이날 경기남부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2일 기준 도내 수련병원 33곳의 전공 2321명 가운데 67.6%인 1568명이 사직서를 낸 바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자체 선발 전공의는 192명인데, 이 중 전원이 여전히 미복귀 상태다. 아주대병원도 아직까지 대다수 인원이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진료과별로 파악하는 거라 정확한 인원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2주가량 지속되면서 일부 환자의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도내 대다수의 병원들이 응급수술을 제외한 비응급 수술은 연기하고, 신규 외래 진료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도 소재 의대들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 규모 신청 마감일인 이날 아주대 의대의 경우 기존 의대 정원 40명에 더해 110~150명을 늘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성균관대 의대(수원캠퍼스)도 흐름상 증원을 하는 쪽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의대 정원이) 오늘 6시 마감인데, 아직 경영진서 갈피를 못 잡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어서 내일 오전이 돼봐야 정확한 증원신청 인원이 집계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부터 다시 현장점검에 돌입했다. 업무개시명령 위반 여부를 확인 후 위반 사실이 확인된 전공의들에게는 법에 따라 조처할 계획이다.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후 사법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고발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계 집단행동과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은) 지난 1일 이후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오후 11시까지 경기남부청에 접수된 전공의 등에 대한 고발 건은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그러나 정부가 이날부터 면허정지 등 본격적인 행정처분에 나설 것이라는 방침을 내놓은 만큼 조만간 고발장 접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 등 주요 관계자의 경우에는 광역수사단 차원에서 직접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홍 청장은 "현재 경기남부청 각 과, 경찰서에서는 즉각적으로 관련된 고발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