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전공의 '집단사직'…지자체 비상진료대책 가동(종합)

홍준표 "본인들 의사 존중해 사직서 수리해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가운을 입으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전국=뉴스1) 이상휼 양희문 박준배 박소영 김태진 배수아 남승렬 기자 =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이어졌고 병원에서의 환자 혼란도 계속됐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경기 의정부성모병원의 전공의 67명 중 52명(77.6%)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전공의 가운데 근무지 이탈자는 49명(94.2%)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아직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확산으로 의료 공백이 우려됨에 따라 경기도는 비상진료대책 상황실을 '비상진료대책본부'(본부장 행정1부지사)로 격상해 운영하기로 했다.

오병권 행정1부지사는 이날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 아주대 병원 등 9개 권역응급의료센터 병원장, 경기도의료원장, 성남시의료원장, 국군수도병원장 등이 함께한 가운데 경기도응급의료협의체회의를 열고 비상진료체계 대응 상황을 살핀 후 오후 1시쯤 주대학교병원을 방문해 응급실 상황 등을 점검했다.

경기도 집계를 보면 전날 기준 도내 40개 전공의 수련병원 가운데 33개 병원 소속 전공의 157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는 경기도 전체 전공의 2321명 중 67.8%에 해당한다.

수원의 경우 이날 오전 10시 기준 아주대병원은 241명 전공의 가운데 71%에 해당하는 173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성빈센트 병원은 123명 전공의 중 85%에 육박하는 105명이 파업에 참여했고, 경기도의료원수원병원의 경우 전공의 3명 모두가 파업에 참여했다. 동수원 병원도 전공의 6명 가운데 6명 모두가 사직서를 낸 상태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인해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접수 창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광주시의 각 대학병원은 전문의 투입, 수술 일정 조정, 경증 환자 전원 등으로 의료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전공의 공백의 장기화 우려에 지자체는 비상진료대책본부의 확대 운영에 들어갔다.

이날 전남대병원 본원·분원 소속 인턴 76명, 레지던트 192명 등 총 268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남대병원 전체 전공의 319명의 84.0% 수준이다. 업무개시명령에도 오히려 사직서 제출 전공의는 전날 대비 23명 늘었다. 복지부는 전남대병원 소속 전공의 165명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부했다.

조선대병원은 지금까지 전공의 142명 중 114명이 사직서를 냈고, 113명은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조선대병원 소속 전공의 114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광주기독병원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39명의 전공의 중 사직서를 낸 30명이 이틀 연속 결근했다. 복지부는 불이행확인서를 받고도 업무 복귀를 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선 고발조치할 예정이다. 전공의들의 공백은 교수와 펠로, 진료보조간호사 등이 메우고 있다.

인천은 인천의료원 전체 전공의 12명이 모두 결근했으나 아직까지 업무차질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전공의 집단행동이 벌어지는 다른 병원들로부터 전원 의뢰가 늘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사직서를 낸 인천 전공의는 총 445명이다. 이는 전체 전공의 540명의 82%에 달하는 수치다. 전날 같은 시간 361명과 비교해서는 84명 늘었고 이날 오전 10시 363명보다는 82명 증가했다. 각 병원별로 보면 길병원 174명, 인하대병원 138명, 인천성모병원 65명, 국제성모병원 41명, 인천의료원 10명, 인천사랑병원 8명, 인천세종병원 5명, 나은병원 4명이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 중 출근하지 않은 인원은 238명이다.

충남지역의 경우 충남대병원은 이날 오후 1시까지 전공의 총 217명(인턴 60명·레지던트 157명) 중 136명(인턴 55명·레지던트 81명)이 사직서를 냈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에 대비해 교수·전문의의 업무 범위를 넓히고 교수가 전공의 업무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외래를 찾은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대전성모병원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공의 69명 중 53명(인턴 21명·레지던트 32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날 대비 전공의 4명이 추가됐다. 하지만 사직서를 제출한 인턴 3명과 레지던트 11명 등 14명은 정상 근무 중이다. 사직서 제출 후 출근을 하지 않은 이 병원 전공의 중 34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다.

건양대병원 전공의는 99명이 사직서를 냈고, 이 중 90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다. 대전을지대병원는 전공의 95명(인턴 21명, 레지던트 74명) 중 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전선병원 전공의는 16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자치단체장의 목소리가 주목 받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대구의료원 레지던트 4명의 사직서를 본인들 의사를 존중해 수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을 둘러싼 논란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구의료원의 경우 레지던트 5명 중 4명이 사직서를 냈는데, 모두 수리해도 환자 진료에 큰 지장이 없다니 본인들의 의사를 존중해 사직서를 수리했으면 한다"고 했다.

대구의료원을 비롯한 지방의료원 전공의에 대한 임명권은 광역단체장이 임명한 원장에게 있다. 대구의료원은 아직 이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다.

홍준표 대구시장 2024.2.2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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