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절단수술 4개월 기다렸는데"…전공의 줄사직 '의료대란'(종합2보)

서울 '빅5' 병원 전공의 사직서 시작으로 전국 확산
필수의료 업무 취소 또는 연기 불가피할 전망

19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전국=뉴스1) 이윤희 양희문 유재규 윤왕근 김태진 오현지 기자 =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국 병원 전공의들이 본격 사직서를 제출하며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수술, 진료 등 필수의료 업무가 취소 또는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역에서도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과대학 증원 반발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경기남부의 최대 규모 상급종합병원인 아주대병원에서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다.

아주대병원에 따르면 이날 아주대병원 소속 전공의 225명 중 13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주대병원 측 관계자는 "당장 일선에서 혼잡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수술일정 등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방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는 이날 전원 사직서를 제출해 오는 20일부터 근무를 전면 중단할 방침이다.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아주대병원 소속 전공의도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해 의료공백 현실화가 우려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은 아주대병원을 비롯해 분당서울대병원, 고대안산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한림성심대병원, 성빈센트병원이 있다.

부산대병원도 이날 내과 위주로 전공의와 인턴들의 파업이 시작됐다. 20일부턴 마취과가, 이후에는 외과도 파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부산 인제대 개금 백병원과 동아대병원, 고신대병원 전공의들도 파업을 논의하고 있다.

피부암을 앓는 고모의 발가락 절단 수술이 취소됐다는 A씨는 "19일 입원, 20일 수술을 앞두고 16일 밤 부산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취소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4개월을 기다렸는데 전문의 파업으로 수술을 취소한다고 하더라,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냐"며 토로했다.

자신을 암 환자라고 밝힌 B 씨(50·여)는 "허투양성 유방암 3기라 수술이 늦어지면 빠른 속도로 암이 자라 자칫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다행히 이번 사태 이전에 수술을 받았지만 주변에 수술을 앞둔 암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휠체어를 환자가 병원 밖을 바라보고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경남 주요 병원 전문의들도 파업에 동참했다. 양산부산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163명 중 100여명이, 창원경상대병원에선 전공의 39명 중 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진주경상대병원과 삼성창원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대구 역시 계명대 동산병원 전공의들이 이날 오전부터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 병원에는 인턴 47명과 레지던트 135명 등 전공의 182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 5시까지 모든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할 방침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 지역 내 나머지 수련병원 5곳도 비슷한 처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대병원에선 이날 수련의 29명이 사직서를 내며 20일부터 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병원 측에 통보했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며 충북대병원 일부 진료과는 환자들의 응급·중증도에 따라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

대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전을지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 대전선병원 전공의들은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오후 5시 30분 기준 전공의 122명 중 9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양대병원은 진료과 별 사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전문의(교수)와 전임의(펠로우)가 전공의의 공백을 메우면서 환자 불편을 최소화 할 계획이다.

전남과 전북에서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대병원 소속 전공의 320명 중 본원 소속 10여명이 이날 사직서를 냈다. 전남 동부권에서 가장 큰 의료기관인 순천 성가롤로병원은 전남대병원에서 파견된 레지던트 7명, 인턴 6명 등 13명 전원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126명 가운데 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집단 사직서가 제출된 것은 아니지만 병원 측은 상황이 수시로 바뀌고 있는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제주대병원도 전공의 53명이 교육수련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제주대병원 전공의는 75명으로, 사직서 제출 인원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전공의 집단 의료 거부와 관련한 비상진료 대응상황을 점검한 뒤 병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2.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강원도도 상급 종합병원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강릉아산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오후 5시까지 전공의 152명(인턴 42명, 레지던트 110명) 중 인턴 4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레지던트들의 사직서 인원은 파악 중이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측은 진료 공백 현실화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병원 측은 전공의 공백이 발생한 과목엔 전문의를 투입해 대응하기로 했으며, 당직 근무 일정도 조정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이 병원 소속 전공의 33명 중 19명이 사직서를 냈다. 해당 병원은 의료 공백 발생 시 다른 인력의 근무일정 조정을 통해 진료 혼선을 최소화하고, 응급환자와 수술 위주로 진료 일정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종합병원인 강원대병원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공의 101명 중 절반이 넘는 64명이 사직서를 냈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은 20일부터 출근을 하지 않을 예정이어서 의료 공백이 현실화할 예정이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도 현황은 공개되진 않았으나, 전공의들이 사직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현재 사직서 제출여부를 파악하고 대책을 논의 중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현재 병원 측과 소통을 통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도민들의 의료공백이 최대한 생기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