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등 돌린 고양시 어쩌다가 이런 일이…

고양시 “업추비 살려 달라” 요구에 시의회 “총선 끝나고 보자”
‘본예산 무더기 삭감→재의요구’ 2년째 되풀이

고양시의회 본회의장. (고양시의회 제공)

(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경기 고양시와 고양시의회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시의 핵심사업 예산들이 대폭 삭감, 이동환 시장이 또다시 ‘재의 요구권’ 카드를 빼 들었지만 지난해와 달리 시의원들이 강경한 입장이어서 집행부 내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에는 삭감된 예산을 살릴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이동환 시장을 겨냥한 업무추진비 삭감은 실·국장과 각 과는 물론 구청과 주민자치센터 등 3000여 명의 공무원 전체(26억5000만원)로 이어지면서 일선 민원현장에서는 사무실 운영비조차 없어 볼멘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고양시의회는 지난해 12월 15일 제279회 제2차 정례회에서 고양시의 2024년 예산안 중 △고양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고양시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건축기본계획 수립 △공립박물관 건립 타당성 조사 등 10개 이상의 연구용역비와 함께 업무추진비(시책추진, 기관운영, 정원가산, 부서운영 업무추진비)도 전액 삭감했다.

이에 고양시는 재의요구권 행사 기한일(20일 이내)을 하루 앞둔 지난달 3일 예산 심의의 의결을 다시 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시의회에 전달했다.

그러나 한 달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시의회는 이런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집행부로부터 재의 요구를 받은 시의회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의요구서가 도착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본회의에 재의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문제는 ‘10일’이 통상적인 경과 일수가 아닌 본회의가 열린 날을 하루로 셈한다는 점이다. 통상 한 회기당 첫날과 마지막 날 본회의가 2회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10일 이내’는 5차례의 회기(임시회·정례회 포함)를 의미한다.

고양시청사 본관과 고양시의회 (왼쪽 원형 건물).

이에 시의회는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민주당은 물론 시장과 같은 당인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국민의힘 A 시의원은 “시장 취임 이후 시의회와의 소통 부재와 집행부 간부 등의 막말 등으로 시작된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 속에 집행부가 시의원들만 비난하는 판에 굳이 시의 요구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B 시의원도 “몇몇 시의원들은 총선을 앞둔 현역 국회의원과 자신의 지역구와 민감한 예산들을 살리기 위해 집행부와 대화에 나서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다선의원과 의장단을 중심으로 한 대부분 의원은 총선이 끝난 후에 (재의 요구안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특히 의원들은 지난해와 같은 집행부의 ‘준예산 운영’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처럼 시의회가 재의요구에 대해 최대한 시간을 끌 경우 오는 재의 요구 접수 후 5번째 회기로 6월 28일 개회하는 정례회에서나 논의가 가능하다. 더구나 시장에게 여야 의원 모두 등을 돌린 상황에서 ‘원안 가결’(재적의원 과반 참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 가능성이 높아 극적인 화해 자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예산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삭감된 사업 예산안을 받아 든 부서는 당장 해야 할 업무가 사라져 허탈한 분위기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업무추진비 전액 삭감은 공직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각 과에서는 회식을 갹출하거나 외상으로 달아놓고, 사무실 운영비가 없어 민원인에게 음료 한잔 내놓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자 일부 동장은 사비를 털어 탕비실을 채워놓고 있는 실정이다.

d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