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외도했지?" 동거남 의심에 무참히 살해된 중국인 모녀[사건의재구성]

의심·불만 살해 충동으로 바뀌어…도주 동선 확인 등 계획범행
"침대에 쉬고 있던 피해자 저항조차 못하고 무참 살해" 징역 30년

'남양주 원룸 모녀 살해' 피의자 A씨(50대)가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시30분께 남양주시 호평동 한 원룸에서 B씨(30대·여)와 그의 어머니C씨(60대)를 잇따라 흉기로 살해한 혐의다.2023.07.23/뉴스1 ⓒ News1 양희문 기자

(남양주=뉴스1) 양희문 기자 = "남자 목소리 들렸어. 너 외도했지?"

타국에서 중국인 여성과 그의 어머니가 흉기에 찔려 잔혹하게 살해됐다. 여성의 외도를 의심한 동거남의 범행이었다. 끔찍한 사건으로 중국 여성의 4살짜리 어린 아들은 한순간에 어머니를 잃고, 고아나 다름없는 처지가 됐다.

2019년 A씨(52)는 중국에서 건너온 B씨(33·여)와 동거하던 중 두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계속되는 항암치료에 A씨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이들의 생계는 어려워졌다. 결국 B씨가 생계를 책임지기로 했고, 그는 2022년 5월부터 충남 서천에 있는 다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동시에 B씨는 중국에 있던 자신의 아들 D군도 한국으로 데려왔다. A씨는 생활비를 받아 어린이집 통학 등 B씨 아들 양육을 책임지기로 했다. 1년 뒤인 2023년 5월에는 B씨의 어머니 C씨(61·여)도 한국에 들어와 손자의 양육을 도왔다.

이 시기 A씨는 B씨의 외도를 의심했다. 떨어져 사는 B씨와 전화를 하던 중 남성의 목소리나 기침 소리가 휴대전화 스피커 너머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A씨는 이에 대해 추궁했지만, B씨는 "별거 아니다"고 답할 뿐이었다.

A씨는 함께 사는 C씨에 대해서도 불만이 컸다. C씨가 손자의 양육방식 문제를 두고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때부터였다. A씨의 분노와 의심은 살해 충동으로 바뀌었다. 그는 휴대전화로 '목졸림'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며 살인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A씨는 2023년 7월20일 낮 12시께 과거 B씨에게 선물했던 다이아몬드 반지를 팔아 생활비로 사용하기 위해 금은방에 감정을 의뢰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다 죽이고 시골 가서 D군과 함께 살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동서울버스터미널 시간표와 강남 센트럴시티터미널 시간표를 검색하며 범행 후 도주 동선을 확인했다.

남양주시 원룸에 도착한 A씨는 때마침 아들을 보기 위해 집에 와있는 B씨를 향해 "남자 목소리 들었는데 왜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느냐”고 재차 따졌고, B씨는 “남자 없다. 네는 애나 잘 보고 신경 쓰지 마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박을 자르다 격분한 A씨는 침대에 누워있던 B씨의 목을 흉기로 2~3회 찔렀다. 이들의 말다툼에 잠시 화장실로 자리를 피해 있던 C씨는 조용해지자 문을 열고 나왔다. 잔인하게 딸이 살해당한 모습을 목격한 C씨는 울부짖으며 A씨의 등을 때렸다. A씨는 평소 악감정이 있는 C씨도 그 자리에서 목과 옆구리, 엉덩이를 찔러 살해했다.

A씨는 도주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B씨 소유의 명품 시계, 금목걸이 등 시가 193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챙겼다. 이후 D군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전화해 "아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거짓말한 뒤 D군과 함께 충남 서천 모친의 주거지로 도주했다.

A씨는 다음날인 21일 충남 서천에서 붙잡혔다. 다행히 D군은 안전한 상태로 구조됐으며, 보호시설에 있다가 외할아버지와 함께 중국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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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살인, 절도, 미성년자약취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3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받았다.

재판부는 A씨가 또다시 동종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로부터 오랜 격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근거로 A씨가 이 사건 범행 전에도 다방종업원을 강간해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점,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척도(KSORAS-G)와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평가 결과 피고인의 종합적인 재범위험성이 ‘중간’ 수준에 해당하는 점, 흉기로 2명을 연달아 살해하고 범행수법이 잔인한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동거녀)의 남자관계를 의심하고, 피해자가 평소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살인죄는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으로 어떤 방식으로도 피해회복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용인될 수 없는 범죄"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침대에 쉬고 있던 피해자는 저항조차 못하고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어머니까지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연속해서 두 명을 살해했다는 점은 매우 중대한 범죄며, 피고인은 범행 전부터 살해를 마음 먹고 목 졸림을 검색하는 등 사전 범행 계획도 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타국에서 허망하게 생을 마감했고, 피해회복도 되지 않았다. 또 피고인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