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코앞 덕이동 데이터센터 안돼"…일산 주민들 '반발'

마그나PFV, 부지 매입해 상반기 중 착공 추진
사업 관계자 "전자파 우려,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어"

15일 경기 고양시 덕이동 데이터센터 예정부지 앞에서 이용우 국회의원(오른쪽 3번째)과 민주당 소속 시도의원들이 데이터센터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용우 의원실 제공)

(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에 대규모 방송통신시설(데이터센터)이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인근 주민들이 전자파 피해 등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17일 고양시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GS건설 계열사인 마그나PFV는 지난해 말 일산 덕이동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지 등을 취득하고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사업지는 대지면적 1만2415㎡ 부지에 건축 연면적 1만6347㎡로, 지하2층·지상5층 규모다.

마그나PFV는 올해 상반기 중 착공해 오는 2025년 하반기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전자파와 냉방기기로 인한 열섬현상, 교통체증 등 유해성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사업부지와 4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탄현 큰마을 아파트에는 2500세대가 거주하고 있지만 최근에서야 데이터센터 건립 소식을 접했다.

이용민씨(44)는 “전자파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전에 어떠한 사전 설명회도 없었다. 더구나 40m가 넘는 건물이 들어서면 일조권과 전망권 피해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업부지 주변으로는 덕이동 하이파크시티와 320m, 탄현 쌍용아파트와는 400m에 불과, 이들 아파트 단지 주민들도 건립 반대운동에 합세할 조짐이다.

용은숙씨(52·여)는 “건물 대형 냉각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여름철 도심 열섬현상 발생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주거 밀집지역 한가운데 유해시설을 허가해 준 공무원들은 주민들 목소리는 들어 봤는지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사업 관계자는 “인적이 드문 곳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것을 주장하지만 무작정 지방에 유치하기에는 데이터센터를 관리하는 하청 역할의 SI업체가 수도권에 많이 분포되어 있고, 지방에서는 신속한 장애대응이 어렵다는 큰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들이 ‘전자파’ 우려를 주장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는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준공식이 열린 26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에 위치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모습. 2023.9.2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그러나 결국 지역 정치권도 주민들과 함께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이용우 국회의원(고양시정)과 고은정 도의원, 김미수·김학영·김운남 시의원 등 해당지역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은 사업부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용우 의원은 “데이터센터는 고용창출 효과도 없고 전력수급 과부하, 전자파 유해 등 주민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대표적인 기피 시설”이라며 “용인·안양·양주시 등 데이터센터 건립이 논의될 때마다 번번이 주민 반대에 부딪치고, 지금도 곳곳에서 이를 반대하기 위한 주민들의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드러난 고양시의 보고서를 보면, ‘데이터센터 전자파 유해 우려에 따른 주민민원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되어있다. 게다가 건립현장에 공사를 안내하면서 공사명·기간·발주처 등을 최근까지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주민설명회 역시 갖지 않았다”며 “이는 밀실 행정으로 주민들 몰래 공사를 강행하려 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들 의원들은 건축하가에 대한 직권 취소와 담당 공무원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앞서 고양시는 2022년 11월 25일 해당 사업에 대해 조건부 의결한 뒤 지난해 3월 20일에는 건축허가를 내준 바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현재 착공계획서가 접수되지 않아 사업진행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기 곤란하다”고 잘라 말했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로, 통신 기기인 라우터와 수많은 서버 및 안정적 전원공급을 위한 UPS 등으로 구성된다. 흔히 '서버 호텔'이라고도 불린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경우 KT등 통신사와 네이버 등 포털사, SI계열사 등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 기업들의 경우 기존 데이터센터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덕이동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중인 마그나PFV는 GS건설이 데이터센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지난 2022년 말 지분을 확보한 법인으로, GS건설은 건설사 중에서도 다수 데이터센터 시공 경험을 갖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전문 오퍼레이터가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d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