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니코틴 살인' 파기환송심서 판·검사 니코틴 직접 음용 진풍경

檢 '무기징역' 구형에 피고는 무죄 주장… 한동안 통곡하기도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남편에게 니코틴이 든 물과 음식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30대 여성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에서 판사와 검사가 니코틴을 직접 음용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수원고법 제1형사부(박선준·정현식·배윤경)는 1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9·여)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 재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A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한 반면, A씨는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26~27일 남편 B씨에게 3차례에 걸쳐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물을 마시게 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B씨 사망 전날이던 2021년 5월26일 오전 A씨가 니코틴 원액을 탄 미숫가루를 마시게 한 뒤 같은 날 오후 8시쯤 속이 좋지 않아 식사를 거부한 B씨에게 니코틴을 섞은 흰죽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B씨가 병원 진료를 받고 귀가한 5월27일 오전 1시30분부터 2시 사이 A씨가 치사량(3.7㎎) 이상의 니코틴 원액을 탄 물을 재차 B씨가 마시도록 해 결국 죽음에 이르도록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B씨는 5월27일 오전 7시20분쯤 러닝셔츠만 입고 엎드린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1·2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A씨 사건을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제시된 간접 증거만으론 유죄 확신을 주저하게 되는 의문점이 있으니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였다.

대법원은 특히 'B씨가 다른 경위로 니코틴을 먹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자살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후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공소사실 변경을 통해 B씨가 니코틴이 든 흰죽을 먹은 시각을 2021년 5월26일 오후 8시에서 숨지기 직전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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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A씨 측 변호인은 "장기간 재판이 진행됐는데도 그동안 한 번도 주장되지 않았던 살인 방법이 변경됐다"먀 "그동안 수사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이번 사건이 'A씨의 살인이냐, B씨의 자살이냐'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범행 당시 쓰인 것으로 지목한 니코틴이 변호인 측 증거로 제출됐고, 법정에 있던 판·검사가 이를 직접 음용하기까지 했다.

판사는 액상 니코틴을 손등에 떨어뜨려 혀끝에 댄 뒤 "박하향이 세게 나면서 아린 맛이 난다"고 말했다. 이후 검사도 동일한 방법으로 음용한 데 이어 니코틴을 탄 물을 즉석에서 마시기도 했다.

숨진 B씨의 체내엔 2000㎎ 이상의 니코틴이 검출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A씨 변호인은 "니코틴 한 방울인 0.02㎎만 음용해도 혀가 타고 아리는 듯한 맛이 난다"며 "피해자가 마셨다고 추정되는 2000㎎는 훨씬 더 강한 감각적 반응이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2000㎎ 이상의 니코틴은 그 맛이 너무 강해 A씨 스스로 원치 않았다면 먹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A씨 변호인은 또 B씨 휴대폰 포렌식 결과 사망 7~8일 전 '자살 방법' '사망'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고, 2개월 전에도 자살을 시도한 사실이 있었다며 이를 근거로 자살 가능성을 거듭 제기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도 "피고인(A씨)은 지극히 평범한 주부다. 끔찍하게 사랑하는 아들의 남편을 살해했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행위"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A씨 역시 최후진술에 "오늘 법정에 오는데 검찰청 앞에 '행복한 국민 정의로운 검찰'이라고 써있었다. 이걸 보며 원망스러웠다. 진실을 밝혀 달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한동안 통곡하기도 했다.

반면 검찰 측은 "아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던 피해자(B씨)가 아들 생일이 3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아들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자살을 생각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며 "자살을 결심한 피해자가 아들에게 속옷을 입지 않은 채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는지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자살 가능성을 일축했다.

A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판결 선고는 내달 2일이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