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졸업식 생화 중고거래로 구입" 화훼업계 고물가로 대목 실종
물가 크게 올라 소비심리 위축…소비자들 지갑 닫아
비싸진 꽃값으로 중고거래 사이트엔 재판매 글 잇따라
- 양희문 기자
(경기=뉴스1) 양희문 기자 = 고물가 여파로 꽃 수요가 줄어들면서 졸업식 특수를 기대했던 화훼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1~4일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경매된 절화(판매용으로 뿌리를 자른 꽃)의 거래량은 17만단이다. 이는 전년 동일기간 27만단과 견줘 34.41% 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경매금액도 지난해 29억5000만원에서 올해 18억1300만원으로 38.54% 감소했다.
꽃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로는 물가상승이 꼽힌다. 전반적인 물가가 크게 올라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꽃 가격도 예외 없이 올랐다. 졸업식에서 주로 쓰이는 프리지아의 경우 지난해 12월28~올 1월4일 일주일간 평균가격은 5318원으로 형성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 오른 값이다.
온라인 중고거래가 활성화된 점도 꽃 수요량 감소 요인 중 하나다. 비싸진 꽃값으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엔 졸업식 꽃다발을 재판매한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실제 이날 중고거래 플랫폼엔 아이들 졸업식을 위해 구매했다가 다시 판다는 글이 다수 게재돼 있었다.
초등생 자녀 졸업식을 앞둔 안모씨(42·여)는 "꽃집에서 생화로 꽃다발을 사려면 기본 5만원은 넘어 간다"며 "내일 아들 졸업식이 있는데 오늘 저녁에 중고거래로 2만원에 생화를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훼업계는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1월 졸업식 대목을 맞아 다량의 꽃다발을 준비했는데 수요량 감소로 재고 처리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남양주시에서 꽃집을 하는 A씨(50대)는 "오늘과 내일 근처에서 졸업식을 하는 학교가 5곳이나 있어 30개의 꽃다발을 준비했다. 그런데 겨우 20개밖에 팔지 못했다"며 "비싼 꽃다발 가격에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의정부시에서 5년째 화훼농장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행사가 늘면서 전체적인 수요가 감소했는데, 올해는 물가도 크게 올라 장사가 더 안 된다"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같은 기간 매출이 30%가량은 줄었다"고 말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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