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신천지에 종교시설 용도변경 허용…주민·정치권 집단 반발

총선 앞둔 여야, 26일 시청 몰려와 “취소해야” 한 목소리
이동환 시장, “신천지 시설인 줄 몰라” 직권취소 결정

26일 오전 경기 고양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고양시청 앞에서 풍동 신천지 용도변경 허용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국민의힘 고양시병당협위원회 제공)

(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경기 고양시가 신천지의 종교시설 용도변경 신청을 허가해 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과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고양시에 따르면 일산동구 풍동의 지하1층·지상3층 규모의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는 A씨는 올해 6월 건물 2층 일부를 신천지 교인들을 위한 종교시설로 용도변경을 신청, 이에 고양시는 용도변경을 허가한 뒤 8월 11일 사용승인을 내줬다.

앞서 해당 건물은 2018년 4월에도 종교시설로 용도변경을 신청했지만 고양시 건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부결된 바 있다.

신천지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풍동 은행마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일산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문정씨(가명)는 “2년 전에도 신천지의 일산 진입 시도가 있었지만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해 무산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소리 소문도 없이 허가가 나와 주민들이 대처할 시간도 없었다”며 “고양시는 허가 배경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영민씨(가명)도 “특정 종교단체에 대해 주민 대다수가 반대한다면 종교의 자유를 논하기 전에 허가를 신중히 고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내년 총선을 앞둔 지역 정치권도 한 목소리로 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우선 국민의힘은 26일 오전 김종혁 위원장과 권순영 고양갑 당협위원장, 김현아 전 국회의원, 김필례·이균철 전 당협위원장, 이상원 도의원, 고덕희 시위원 등 30여명이 고양시청 앞에서 신천지 용도 변경허가를 취소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이동환 시장은 “신천지 시설 용도변경은 담당과장의 전결로 이뤄졌다”며 “시민들게 심려를 끼쳐드려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용도변경 사실이 알려진 24일부터 1인시위와 항의 성명서 발표, 주민서명운동 등을 펼쳐왔다.

26일 오전 경기 고양시의회 영상회의실에서 고양지역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이 일산동구 풍동 신천지 건물에 대한 고양시의 종교시설 용도변경 허용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도 한준호·홍정민·이용우 국회의원과 시도 의원들이 이날 오전 9시 고양시의회 영상회의실에 모여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지난해 10월 인천과 올해 5월 창원 등 타 시군의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선천지 소유 건물의 용도변경을 연달아 허가하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홍정민 의원은 “해당 건물(물류시설)은 2018년도 더불어민주당 시장의 결정으로 용도변경이 불허된 바 있는 공공연히 알려진 사안으로, 담당과장이 단독으로 결정했을 리 없다”고 비난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고양시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고양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특정 종교단체 소유라며 다수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풍동 소재 건축물에 대해 용도변경허가 취소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지난 6월 용도변경 허가 당시에는 신천지 시설이라는 사실을 실무부서에서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후 다수 민원이 접수되면서 지난 2018년 건축심의가 부결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해당 건축물은 2018년부터 동일한 소유자가 신청면적의 차이를 두고 지속적으로 종교시설로 변경신청하고 있다는 점, 대규모 종교시설 입지가 공공복리 증진에 반하는지 여부 등에 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용도변경 직권취소를 결정했다”라면서 “앞으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해 공공복리 증진에 반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최종검토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d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