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산단 구조고도화사업 '편법 사기분양' 온상?…"페이퍼컴퍼니 조장"

대행사업자, 페이퍼컴퍼니 설립 조장…수분양자 피해 우려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KDT 융복합시설 관련 사기분양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수분양자들. 2023.12.3/뉴스1 최대호 기자

(안산=뉴스1) 최대호 이윤희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함께하는 노후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이 '편법 사기 분양'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단 구조고도화 사업은 입주업종의 고도화 연구·혁신역량 강화, 편의시설 확충을 통해 노후된 산업단지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공간으로 재편하는 사업이다. 기업 유치를 촉진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수익형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단 구조고도화 사업을 대행하는 민간시행사 측의 이윤 창출만을 겨냥한 분양전략에 따른 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7일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안산스마트허브) 내 안산 KDT 융복합시설 수분양자 등에 따르면 이 사업 민간대행사로부터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종용받아 지식산업센터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KDT 융복합시설은 노후 산업단지의 경쟁력을 강화를 위한 '산업단지 구조고도화사업'으로 추진됐다. 총 1300억원을 투입해 오피스텔 496세대, 공장동 201실, 근린생활시설 52실, 업무시설 6실 등 융복합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산자부는 이 사업 성공을 위해 150억원(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을 출자금으로 지원했다.

이 사업 주간 사업사는 ㈜이안종합건설이며 자산운용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맡고 있다. 민간대행사업자는 이들이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 ㈜케이디티홀딩스다. 하지만 케이디티홀딩스는 당초 사업 취지와 달리 분양 사업에서 몰두해 편법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일부 수분양자들은 케이디티홀딩스 및 분양대행사 등으로부터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종용받았다는 진술을 내놓고 있다. 실제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할 업종을 영위하지 않았음에도 사업자등록증을 급조해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수분양자 A씨는 "지식(지식산업센터)을 분양받았는데. 분양사 측은 입주 즉시 임대가 가능하니 일단 사업자등록증을 만들라고 했고, '번역' 회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도록 했다"며 "그런데 막상 입주 시기가 다가오자 임대업은 불가하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80대 수분양자의 자녀 B씨는 "사업을 영위한 바 없는 아버지가 지산을 분양받았는데, 분양사 직원들이 아버지를 세무서에 데리고 가 사업자등록증을 만들도록 한 뒤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며 "당국의 실사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입주조차 못한다고 들었는데, 분양사 측은 계약 해지 조차 해주지 않는다. 돈만 날리는 것 이나냐"고 우려했다.

케이디티홀딩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분양 관련해서는 우리는 잘 모르는 일이다. 분양대행사에 문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KDT 융복합시설 관련 사기분양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수분양자들. 2023.12.3/뉴스1 최대호 기자

한편 안산단원경찰서는 최근 케이디티홀딩스를 상대로 한 사기분양 혐의 고소장 수십여건을 접수했다. 이 사업 분양계약을 체결한 수분양자들이 사기분양 피해를 호소하며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케이디티홀딩스 측이 '안산시·산자부·산단공 공동시행' '월 30만원 임차비 지원' 등 허위 분양광고를 통해 오피스텔과 공장을 분양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고소인 진술을 들은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