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선처" "아빠 미안해"…외국인노동자 집단폭행 10대들 후회의 눈물

검찰, 최대 장기 2년6개월 구형
교통사고 난 것처럼 행세하며 금품 갈취 협박·집단폭행

ⓒ News1 DB

(의정부=뉴스1) 양희문 기자 =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행세하며 금품을 갈취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집단폭행을 저지른 10대 일당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3일 의정부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오원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동공갈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10대 A군에게 징역 장기 2년6개월·단기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10대 B군과 C군에게는 각각 징역 장기 1년6개월·단기 1년,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행을 저지른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겐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당국의 평가를 받아 장기형이 만료되기 전 출소할 수 있다. 소년법상 유기 징역형의 법정 최고형은 장기 10년~단기 5년이다.

A군 등은 지난 7월1일 포천시 내촌면 한 도로에서 베트남국적 노동자 D씨(37)가 오토바이를 몰고 가자 앞에 뛰어들었다. 이후 교통사고가 나서 다친 것처럼 행세하며 금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D씨가 이를 거절하며 현장을 떠나자, A군은 공범과 함께 도망가는 D씨를 쫓아가 집단폭행했다.

A군 등은 지난 6월25일에도 포천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미얀마국적 노동자 2명을 상대로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역 내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는 점을 알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주범인 A군이 소년이지만 피해 호소가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중대범죄를 저지른 점을 고려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의정부지방법원/뉴스1

법정에 선 이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A군은 최후진술에서 "만 17세의 어린 나이에 교도소에 와 저의 잘못이 얼마나 큰 지 뼈저리게 느꼈다. 피해자분들에게 정말 죄송하고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한 번만 선처해 준다면 당당하게 일하면서 착실하게 살겠다. 그리고 몸이 아픈 엄마와 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살겠다"고 덧붙였다.

오원찬 판사는 과거 범죄로 보호처분을 받은 적 있음에도 또 범행한 C군에겐 앞으로 어떤 다짐을 할 건지 법정에 나와 있는 아버지에게 얘기해 달라고 했다.

C군은 "아빠, 내가 많이 반성하고 있어. 정말 미안하고 이런 일 없도록 할게. 아빠, 미안해"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A군 등에 대한 선고는 11월24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