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가 딸 생일인데"…과천 방음터널 참사 선고에 유족 '울분'(종합)

트럭 운전자 과실치사상 혐의 무죄
관제실 관계자 3명 금고형 및 금고형의 집행유예

3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2.12.3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안양=뉴스1) 최대호 기자 = 시민 5명이 사망한 '과천 방음터널 화재' 사고 책임자들이 1심에서 금고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해 유가족들은 선고 직후 "어떻게 재판이 이러냐"며 울분을 토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2단독 유혜주 판사는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초 발화 트럭 운전자 A씨(60대)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제이경인고속도로 관제실 책임자 B씨(40대)와 관제실 직원 2명에게 각각 금고 2년과 금고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구치되긴 하지만 징역형과 달리 노역은 하지 않은 형벌이다.

유 판사는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화물트럭 소유 업체 대표 C씨(40대)에게 A씨와 마찬가지로 징역 6월애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업체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화재 당시 불법 구조 변경된 화물차를 운행하고, 운행 중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관련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 등 관제실 직원 3명은 비상 대피방송을 뒤늦게 하는 등 터널 내 화재사고 시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안전 의무를 게을리 한 혐의로 기소됐다.

유 판사는 B씨 등 관제실 관계자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A씨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 판단했다.

유 판사는 "A씨가 화재 인지 직후 차량 내 소화기를 사용해 진화 시도를 했고 이후 119 신고를 하는 등 필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터널 내 설치된 소화전을 사용하지 않고, 비상벨을 누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B씨 등 관제실 직원들에 대해서는 "CCTV 영상을 통해 화재 발생 직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시스템관리 직원의 전화를 받고 나서 뒤늦게 인지했다. 비상방송도 하지 않았고, 고속도로 양방향 전광판에 화재 발생 메시지 표출도 늦었다"며 "피고인들이 제대로 안전조치를 취했더라면 터널에 진입한 시민들은 적절한 시기에 대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안전 유지를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 대형 참사가 발생한 점, 업무상 과실의 정도가 과중한 점,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피해자 유가족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가 이뤄지자 "재판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으냐" "집행유예가 뭐냐"라며 울분을 표출했다. 한 유가족은 "모레가 우리 딸 생일인데"라며 법원 복도에 주저 앉아 통곡했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A씨와 B씨, C씨 직원 2명에게 각각 징역 3년·금고 3년·징역 1년·금고 2년 등을 구형했다.

지난해 12월29일 낮 1시49분쯤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서 A씨가 몰던 트럭이 버스와 추돌하면서 A씨 트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A씨는 곧바로 갓길에 정차했는데 불길이 바로 옆 방음벽에 옮아 붙었고 삽시간에 터널 전체로 확산됐다.

불은 총 830m 연장 방음터널의 600m 구간을 태우고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당시 터널에 고립된 차량 45대가 전소됐다. 또 방음터널에 고립된 모녀 등 5명이 사망하고 56명이 다쳤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