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저수지 추락헬기, 비행기록장치 없어 조사 난항 예상

(포천=뉴스1) 양희문 기자 = 경기 포천시 고모리저수지에 추락한 민간업체 헬기에 비행기록장치인 FDR(비행기록장지)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헬기는 현행법상 FDR 설치 의무가 아닌 탓에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5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11시9분께 포천시 고모리저수지에 추락한 홍익항공 소속 민간헬기(AS-350) 내 FDR이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항공안전법상 1989년 1월1일 이후 제작된 헬기는 최대 이륙 중량이 3180㎏ 이상일 때 10시간 이상 비행을 기록하는 FDR과 2시간 이상 조종실 내 음성을 기록하는 CVR(음성녹음장치) 설치가 의무다.

하지만 사고 헬기는 1980년에 제작된 데다 최대 이륙 중량이 2250㎏에 불과해 의무 대상이 아니다.

이 헬기는 지난 3월15일 강원 영월군에서 추락한 헬기와 같은 기종인데, 영월 추락 헬기에도 FDR과 CVR이 없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사고 역시 FDR과 CVR이 모두 없어 통상 1년여 소요되던 사고조사위 조사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탑승자가 기장 1명인데 사망했기 때문에 관련 진술을 들을 수 없는 점도 조사를 어렵게 한다.

조사위는 해당 기체를 김포공항 내 잔해물 격납고로 옮긴 뒤 본격적인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이후 헬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와 협조해 기체의 엔진이나 파손된 부품 등을 정밀 분석에 들어간다.

사고조사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사고조사가 1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FDR이나 CVR이 없으면 조사 기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사안에 따라선 2~3년 기간이 소요되는 사고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3일 오전 11시9분께 포천시 소홀읍 고모리저수지에서 민간헬기 1대가 산불진화에 사용할 물을 저수지 등에서 수집하는 담수작업 테스트를 위해 홀로 비행하다 사고가 났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4시간 뒤인 오후 3시께 추락헬기 기체 내부에서 기장 A씨(67)를 발견했지만, 숨진 상태였다.

당초 A씨는 동승자와 함께 담수 작업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단독으로 비행한 이유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