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독수리 등 야생조류 280여마리 최근 3년간 농약 중독으로 폐사
김영진 의원 "농가·야생조류 공존 환경 만들어야"
- 최대호 기자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최근 3년간 독수리 같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야생조류 280여마리가 '농약 중독'으로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수원병) 이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3년간 국내 야생조류 집단폐사 발생 현황은 62건, 개체 수는 총 545마리였다. 이중 농약 중독으로 폐사한 개체 수는 총 281마리(29건)로 집계됐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특정 장소에서 5마리 이상의 새가 죽는 집단폐사가 발생할 경우, 조류인플루엔자 검사를 하고 그 결과가 음성일 경우 농약중독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올해 1월25일 강원 철원군에서 집단폐사한 독수리(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5마리의 폐사체를 분석한 결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고, 폐사체의 식도와 위에서 메토밀 성분 농약이 치사량 이상으로 검출됐다.
전남 순천시 일대에서는 농약 살포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흑두루미(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5마리의 폐사체에서 포스파미돈 성분의 농약이 검출됐고, 올해 초 쑥새 10마리, 멧비둘기 10마리, 새매(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2마리 등이 죽은 집단폐사에서도 같은 농약 성분이 발견됐다.
올해 2월13일 경남 고성군에서 발생한 독수리(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7마리 집단폐사, 같은달 14일 전북 김제시에서 일어난 큰기러기(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7마리 집단폐사 원인은 카보퓨란 성분의 농약 중독으로 확인됐다.
야생조류는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미량의 농약을 섭취하게 되지만 폐사하지는 않는다. 치사량을 넘는 고농도의 농약 성분이 검출된 경우는 사실상 사람이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의로 볍씨 등에 농약을 묻혀 대량 살포했을 때다. 농약으로 인한 야생조류 집단폐사는 농약에 중독된 폐사체를 먹은 독수리 등 상위포식자의 2차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독물이나 농약 등을 살포해 야생생물을 포획하거나 죽이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김영진 의원은 "농약이 묻은 볍씨 등을 의도적으로 살포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며 "정부의 철저한 감시와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며, 이에 더해 농작물 피해 예방 시설을 적극 지원해 농가와 야생조류가 공존할 수 있는 생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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