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할머니가 쓰러졌어요"…응급상황에 쉴새없이 전화 '벨'

차분한 목소리로 환자 상태 확인하며 출동 지시 내려
쉴 새 없이 접수되는 신고…명절에도 상황실 정상 운영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활실에서 엄태현 소방교가 모니터를 보고 있다. 2023.09.21./뉴스1 양희문 기자

(의정부=뉴스1) 양희문 기자 = "환자 상태는 어때요? 호흡은 하나요? 의식은 있어요?"

21일 오후 1시30분께 찾은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

쉴 새 없이 울리는 구급신고 전화에 직원들의 손과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차분한 목소리로 신고자를 안심시키며 환자의 상태, 위치, 인적사항 등을 파악했다.

내용 확인이 끝나면 일선 소방서에 응급환자의 현재 위치를 전달하며 출동 지시를 내렸다.

상황실 앞쪽에 마련된 대형 화면에는 출동 차량의 이동 장면이 실시간으로 송출됐는데, 차량은 꽉 막힌 도로에서 주행 중인 차들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한 건의 신고 접수를 끝내고 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곧 또 다른 신고가 접수됐다.

직원들은 자신의 책상에 놓여있는 상황별 응급처치 매뉴얼을 참고하며 쉴 틈 없이 안내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2023.09.21./뉴스1 양희문 기자

"남편이 아파요. 열이 심하게 나고 기침도 계속해요. 의원에선 당장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해요. 빨리 좀 와주세요."

상황실 근무자인 엄태현 소방교에게도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엄 소방교는 "환자 의식은 있나요? 일단 앉을 수 있는 곳에서 환자 분이 쉴 수 있게 하세요"라고 말하며 처치사항을 지시했다.

이후 신고자가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면서 출동이 지연됐는데, 엄 소방교는 당황하지 않고 특정 건물이나 간판 등을 물으며 장소를 추정했다.

동시에 양 손으로는 신고자가 말한 건물을 검색하며 최종적인 위치를 파악한 뒤 곧바로 관할 소방서에 출동할 것을 전달했다.

엄 소방교는 "처음 가는 동네의 경우 신고자나 환자분들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말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그래도 상황실 근무자는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위치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소속 이승택 소방장이 상황별 응급처치 매뉴얼을 보여주고 있다.2023.09.21./뉴스1 양희문 기자

다른 자리에선 승강기에서 할머니가 쓰러졌다는 응급 신고가 들어왔다.

승강기 안이어서 전화 연결이 끊기는 등 제대로 된 소통이 되지 않았다.

얼마 있지 않아 전화도 끊겼는데, 직원은 다시 연락해 확인하며 상황에 대비했다.

다행히 할머니가 의식을 찾아 할아버지와 함께 집에 갔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담당 직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19상황실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끊임없이 신고 전화가 울린다.

실제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2022년 9월8~13일)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가 상담한 건수는 무려 2340건에 달한다. 일 평균 390건인 셈이다.

이 기간 구조활동과 구급활동 출동건수도 각각 1506건과 4229건이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한 직원이 신고접수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2023.09.21./뉴스1 양희문 기자

경기북부소방은 명절에도 상당한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이번 추석 연휴 기간 특별경계근무(9월27일~10월4일)에 돌입한다.

지역 내 당직 의료기관·약국 정보를 사전에 파악한 후 문이 열려있는 곳을 신고자에게 안내할 방침이다.

또 화재 취약대상지에 대한 24시간 감시 체계를 구축해 화재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이승택 소방장은 "상황실 근무자는 신고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진정시키면서 차근차근 물어보며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며 "이번 추석 연휴에도 경기북부소방 119상황실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