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이 제 위치 몰라” 경기 기초의회-단체장 갈등 속출

고양·성남 등 ‘의회 경시’ ‘정책 중단’이 주원인

경기도 기초의회 곳곳에서 해당 지역 단체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9월4일 국민의힘 고양시갑 당협위원회와 고양지역 시도의원들이 시청사 백석동 이전 강행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당협위원회 제공)/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기초단체장이 해당 지역 의회 경시나 정책 중단으로 인해 기초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사례가 경기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이 장기간 지속될수록 그 피해가 지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현명한 해법 마련이 조속히 요구되고 있다.

고양시의회(국민의힘 17명·민주 17명)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이동환 시장 간 갈등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난 2일 간부회의에서 “시가 진행하는 용역보고회에 시의원들이 참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담당부서 책임자도 “시의원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명확히 알지 못한다”며 의회 경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임시회 첫날인 지난 7일 이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고, 김영식 의장은 이 시장에게 “사과를 할 것인지”를 본회의장에서 물었다.

하지만 이 시장은 “답변은 나중에 하겠다”고 사과 요구를 일축했고, 이에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퇴장 후 현재까지 모든 의사일정이 멈췄다. 국민의힘이 “추경예산안 등 각종 안건 처리가 불투명해졌는데 시민들에게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라며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의사일정 정상화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청사의 백석동 이전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 일부 의원까지 “시민들의 감정대립만 이어지고 있는데 이 시장은 이전 계획을 원점(원당 신청사 건립)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오산시의회(민주 5명·국민의힘 2명)는 시체육회장과의 갈등이 이권재 시장으로까지 번진 사례다.

시의회가 워크숍 관련 추경예산 1100만원을 삭감하자 권병규 체육회장이 지난 9일 시민의날 체육대회에서 시의회 비하 발언을 했고, 성길용 의장 등은 이권재 시장의 재발방지 약속과 체육회장 사퇴 시까지 무기한 정회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13일 밝혔다.

하지만 이권재 시장은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해 오산체육인들의 투표로 선출된 민선체육회장의 사퇴를 종용하라는 것은 시장에게 직권남용을 강요하는 것으로 불법적인 일”이라며 “무기한 정회라는 꼼수로 파행시키고 오산시정을 멈춰 세웠다”고 비판하면서 갈등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군포시의회(민주 6명·국민의힘 3명)의 경우 국민의힘 하은호 시장이 민주당을 향해 ‘협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열 정도로 냉랭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 시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취임하자마자 ‘업무파악이 안됐느냐’고 면박을 주는 것으로 시작한 '망신주기'와 다수당의 당론을 앞세운 ‘시정 발목잡기’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 지역 외에 성남시의회(국민의힘 18명·민주당 16명)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청년기본소득’ 일시 중단을 최근 결정한 국민의힘 신상진 시장을 향해 “92만 성남시민과 이번 일로 혼란에 빠진 24세 청년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의 문자를 발송해야 한다. 이것이 책임 있는 시장, 책임 있는 리더가 해야 할 일”이라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s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