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나가는 사람 손만 봐" 살인예고 글에 시민들 조마조마

4일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정부역 기대하라' 글 올라와
시민들 "불안해 죽겠다"…경찰 허리에 권총 찬 채 순찰 강화

4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 앞에서 경찰이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2023.08.04./뉴스1 양희문 기자

(의정부=뉴스1) 양희문 기자 = "흉기라도 쥐고 있을까봐 지나가는 사람들 손만 보게 되더라고요. 여기서도 그런 사건(서현역 흉기난동)이 발생하면…너무 무섭네요."

4일 낮 12시께 찾은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은 백화점과 상업시설이 몰려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이날은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폭염을 피하기 위해 역 안으로 몸을 옮긴 몇몇 노인과 노숙인을 제외하고는 젊은 사람들을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었다. 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안한 지 주변 사람들과 2~3m가량 거리를 두고 경계하며 빠르게 발길을 옮겼다.

허리춤에 권총을 찬 경찰관들은 쉴 새 없이 역사 이곳저곳을 순찰했는데, 이 모습은 역을 더 삭막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시민들은 이날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의정부역 살인예고'글에 공포감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상업시설이 몰려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직후인 4일 역 안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2023.08.04./뉴스1 양희문 기자

서울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A씨(20대·여)는 "출근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전철을 이용하는데 서현역 사건에 이어 의정부역 살인예고 글까지 올라와 너무 무섭다"며 "누가 갑자기 흉기를 휘두를까봐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만 보며 걷고 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B씨(70대·여)는 "남자든, 여자든, 젊든, 늙든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마구 찌르는데 겁나 죽겠다"고 호소했다.

역 일대에서 장사하는 업주들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소보다 역 이용객이 줄은 탓도 있지만, 혹여나 흉기난동 사건이라도 벌어질까 불안해하며 마감을 서둘렀다.

역 안에서 도너츠를 파는 C씨(60대)는 "한 개 살 가격에 두 개를 주고 있는데 역 이용객이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쳐 팔리지가 않는다"며 "팔리든 안 팔리든 5시 전후로 영업을 끝내고 집에 갈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옥수수를 파는 김승배씨(57)는 "더운 건 얼마든지 괜찮은데 흉기난동은 정말 무섭다"며 "이번 사건 때문에 보여주기 식으로 순찰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인력을 투입해 경계를 강화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4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 앞에 경찰 순찰차가 대기하고 있다.2023.08.04./뉴스1 양희문 기자

3일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직후 특정장소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살인예고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날 오전 2시께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에 '내일 모레 의정부역 기대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경찰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의정부역 인근에 형사, 기동대 등 인력을 배치하고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내용이 적힌 것은 아니지만, 국민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는 글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