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책 "보증금 편취 부인"…2434억 피해 구리 전세사기 일당 첫 재판

(남양주=뉴스1) 양희문 기자 = 경기 구리시를 비롯해 수도권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여 보증금 약 2434억원을 편취한 일당의 첫 재판이 열린 가운데 총책이 보증금 편취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최영은)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부동산컨설팅업체 대표이자 총책인 고모씨(41)와 임원 류모씨(36) 등 5명과 불구속 기소된 분양대행업자·부동산중개인 등 21명의 심리를 진행했다.

판사는 피고인의 성명, 연령, 직업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한 뒤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의견을 들었다.

주범인 고씨 측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건축주와 임차인이 직접 계약한 경우에는 수수료만 받았기 때문에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한 사실이 없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류씨는 "검찰의 공소사실 내용을 모두 인정한다"고 답했다.

이날 피고인들은 대체로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다만 지난달 26일 기소된 피의자들의 경우 공소장이 늦게 송달됐기 때문에 다음 기일에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8월18일 오후 2시 열린다.

고씨 일당은 2020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으로 분양 비용과 매매 비용을 치르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구리와 서울, 인천에서 신축 오피스텔 928채를 산뒤 임차인들의 보증금 약 2434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신축 오피스텔의 경우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부동산 정보가 부족한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공인중개사들은 법정 중개수수료의 10~50배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는 조건으로 A씨 일당의 범행을 도왔다. 피해자들은 계약 과정에서 '임대인 직접 대면', '서류 교부'를 요구했지만, 중개인들은 임차인들이 까다롭게 군다며 비방하는 문자를 서로 주고받았다.

A씨 일당은 임대사업자 명의로 수백 채의 주택을 매수하면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많은 세금이 부과됐지만 코인 및 주식투자, 유흥비로 보증금을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오피스텔들은 은행에 압류된 상태였으며, 후속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그대로 뜯겼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