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없어지지 않아요”…불법촬영물 유포 피해자의 법정 ‘호소’
피해자 “주변인과 부모가 알게 됐을 때 죽고 싶었어”
불법촬영물 재유포·재생산에 피해자 기약 없는 싸움
- 양희문 기자
(의정부=뉴스1) 양희문 기자 = “하루에도 몇 번씩 모니터링을 하는데 제 영상이 사라지지 않아요. 저놈 때문에 하던 일까지 그만둬야 했어요.”
지난 3일 의정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박주영) 심리로 열린 공판에 출석한 A씨가 피고인 B씨(45)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불법촬영물 유포 피해자인 A씨는 이날 용기를 내 재판에 출석했다. 수차례의 고소에도 피해에 상응하는 처벌이 나오지 않자, 엄벌을 요청하기 위해 법정에 선 것이다.
A씨는 “주변 사람들한테 너 아니냐고 연락이 온다. 부모님도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정말 죽고 싶었다”며 “5년째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있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고소를 할 때도 가명으로 접수를 했는데 어느 순간 신상이 드러났다. 네이버와 구글 계정이 다 털렸다”며 “피고인이 합의를 하자고 해도 안 할 거다. 합의를 해준다고 해도 민사를 못하는 사실 때문에 피해 회복금으로 받는 거니까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발언을 하는 내내 연신 눈물을 쏟아냈고, 그의 흐느낌은 재판장을 가득 매웠다. 일부 방청객은 함께 슬퍼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박 판사는 “용기를 내 나와 주셨다. 언제든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합의금 관련해 표현이 합의금이어서 그런 거다”라며 A씨를 위로했다.
눈이 퉁퉁 부은 A씨는 피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물었고, B씨는 고개를 떨군 채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B씨는 “저 역시도 자식을 키우는데 얼마나 무지한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됐고, 여러 피해자한테 너무나 큰 아픔을 드렸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 부분이 너무 부끄럽고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부끄럽고 죽고 싶을 심정”이라며 통곡했다.
B씨는 6000여개의 불법촬영물을 소지하고 유포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영상물 중에는 아동착취물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처럼 불법촬영물 피해자는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 번 유포된 불법촬영물은 끊임없이 재유포되고 있어서다. 실제 SNS 등지에선 불법촬영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데다 공유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불법촬영 범죄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 검거 현황은 2019년 270건에서 2020년 228건으로 줄었으나 2021년 262건으로 다시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촬영 범죄 예방을 위해 지역사회와 협업, 상시점검 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다”며 “또 여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사후 상담심리치료를 지원하는 등 후속조치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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