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대북사업부터 이화영 뇌물까지' 쌍방울 부회장 증언(종합)
법정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격" 입장번복 배경 설명
이재명-김성태 친분엔 "가깝다고 할 수 없다" 언급하기도
- 유재규 기자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쌍방울그룹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한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이 경기도의 대북사업에서 비롯된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와의 인연이 뇌물공여로까지 이어진 전말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방 부회장은 그동안 관련 혐의를 부인해왔으나, 지난달 말 검찰에 입장 변화를 담긴 의견서를 제출한 뒤 법정에서도 돌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방 부회장은 자신의 입장 변화는 심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이 맞닿았기 때문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어서 자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뇌물죄는 수수에 따른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며 "방 부회장의 혐의 인정 진술이 뇌물죄 성립의 중요한 구성요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화영 요구에 법인카드·차량 등 제공… 아들 취업도 시켜줘"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신진우)는 3일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7차 공판을 마무리했다.
이날 공판은 증인신문으로 이뤄졌으며, 현재 뇌물공여·증거인멸·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있는 방 부회장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방 부회장은 "쌍방울그룹 법인카드를 (재무팀에 받아서) 전달해 준 게 맞다. 일부 카드엔 쌍방울그룹 로고가 있었는데, 로고가 없는 카드를 이 전 부지사가 요구해 바꿔주기도 했다"며 "이 전 부지사 측근 A씨 명의로 된 법인카드도 발행해 이 전 부지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인차량 3대 제공도 2020년 4월 당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겹쳤던 때라 이미 제공했던 렉서스 차량 대신 카니발(차량 뒷자리 번호 0679)로 교체해줬다"며 "이후 차량 노후화 등의 이유로 다른 카니발(1509)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방 부회장은 A씨의 쌍방울그룹 직원 허위 등재와 그에 따른 월급 지급에 대해선 "이 전 부지사 측근이이서 직원으로 등재시킨 것일 뿐 그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중요하지 않았다"며 "이 전 부지사가 부탁하니 A씨를 직원으로 해준 거다. 그래서 500만원 한도인 A씨 명의 법인카드를 만든 것"라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쌍방울그룹 계열사로부터 이 전 부지사가 받은 혜택이 있느냐'는 검찰의 신문사항엔 "이 전 부지사 아들을 '아이오케이'에 입사시켜준 것 말곤 특별히 계열사에서 혜택을 준 건 없다"고 답했다.
아이오케이는 쌍방울그룹의 자회사로소 연예기획사다. 이 전 부지사 아들은 2020년 10월 이곳에 취업했으나 1년 남짓 다니다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를 통해 이 전 부지사 아들이 월급은 계속 받아갔단 정황을 포착했다.
방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아들이 영상을 전공하는 것 같은데 잘한다. 곧 학교를 떠나야(졸업해야) 하는데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싶다. 회사에 팀이 있느냐'고 내게 물었고 내가 아이오케이 대표에게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이오케이) 대표는 '회사에 영상팀을 신설하는데 거기 들어가면 좋겠다. 외주를 주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고 내게 말했고, 난 '이 전 부지사 아들'이라고 답했다"며 "보수 책정은 너무 전문적인 일(영상직)이어서 대표에게 맡겼다"고 부연했다.
방 부회장은 최근 불거진 고가 와이셔츠 및 현금 1억원 제공 의혹에선 "2019년 7월 김성태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전달하라고 준 5000만원 돈 봉투를 양복에 담아 내가 직접 전달했다"며 "양복은 딱 1벌 해준 것으로 기억난다. 내 친구가 양복점을 하는데 100만원짜리 양복을 현금으로 사면 86만~87만원 정도로 할인받는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방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셔츠를 자주 사갖고 간다는 연락을 친구에게서 받았다. 이 전 부지사에게 땀이 많아서 반팔셔츠 등 셔츠를 자주 사간 것으로 안다"며 "해당 비용도 모두 쌍방울그룹에서 냈다"고 진술했다.
◇"경기도 없었으면 대북사업 못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100억 줬겠나"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이 경기도를 위해 대납했다는 '대북송금 의혹' 등이 불거진 뒤 "경기도는 대북사업을 독자적으로 했다"며 쌍방울그룹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이 이날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는 무관하다고 하는데 말이 되느냐'고 묻자, 방 부회장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쌍방울그룹이 현대나 삼성이 아닌데 100억원짜리 종이쪽지 받아서 뭘 하겠냐. 미치지 않고선 못한다. 우리도 상식은 있다"며 목소릴 높였다.
이어 "북측은 도의 스마트팜 사업비로 500만달러, 이재명(당시 경기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비용 300만달러를 요구했는데 명분도 없는 종이(계약서) 6장짜리를 어떻게 받겠느냐"며 "경기도를 위해 이렇게 노력했다. 한 도시를 움직이는 경기지사 바로 아래가 이 전 부지사였다. '화영이 형'이 잘 나가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방 부회장은 "개인 돈 100억원(800만달러)이 장난 아니다. 우리(쌍방울그룹) 식으로 가능하지 않았단 대북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었다. 우리가 대북 전문가들 다 만나봤다"며 "경기도가 없었다면 계약서도 없었다고 한다"고도 말했다.
◇이재명-김성태 친분관계 물음엔 "가깝다고 할 수 없다" 답변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미래산업 이사로 재직했던 B씨의 참고인 조서를 들어 보이며 '김 전 회장, 이 대표, 방 부회장, 이 전 부지사가 전부 가까운 관계라고 했는데 사실이냐'고 방 부회장에게 물었다. B씨는 지난 1월17일 이 전 부지사의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이에 방 부회장은 "이 대표와 가깝다고 할 수가 없는 게 (김 전 회장과) 대면한 적이 없다.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전화한 건 있다"며 "내가 알기론 두 사람이 사적으로 만났다거나 개인 전화로 연락한 건 없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방 부회장은 '회사 내에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가깝다고 소문이 났다는 B씨의 진술은 어떻게 보느냐'는 검찰의 물음엔 "회사 내 제일 어른이 회장인데 항상 저녁 식사자리에 '경기도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해봐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직원들이 그 소리를 듣게 되면 당연히 소문이 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와 총 3~4차례 전화통화를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근인 이 전 부지사를 통해선 2019년 1월17일과 2020년 말, 2022년 1~2월 등 2~3차례 통화했고, 나머지 1차례는 건설업자 이모씨를 통한 것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이 가운데 이씨를 통한 전화연결에 대해선 2020년 말쯤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만난 이씨가 '이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하고자 전화통화 연결을 시켜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은 이씨가 쌍방울그룹 계열사 사외이사와 이름이 같단 점에서 동일인물 여부 등 그 진위를 파악하는 중이다.
앞서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2019년 1월17일 중국 선양에서 중국과 경기도, 쌍방울그룹 간 저녁자리 당시 이 전 부지사가 휴대전화로 이 대표를 바꿔줬고 이 대표가 자신에게 '고맙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대표가 연루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이 불거졌던 2022년 1~2월엔 이 전 부지사 휴대전화를 통해 이 대표와 통화하며 "쌍방울이 난감하게 됐다" "사실이 아닌데 난리냐"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검찰에 밝혔다.
그동안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이 대표 간 접점을 찾기 위해 쌍방울그룹 관계자 등 다수의 인물을 소환,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 2차례 정도 전화통화한 것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주장한 이 대표와의 전화통화 3~4차례와 직원들이 진술한 2차례 등 최소 5차례 통화를 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그러나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과의 전화통화 및 연결이 이뤄진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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