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앞' 수도권까지 불어닥친 '소멸'…상인·주민 없는 '5일장'[지방소멸은 없다]

연천 시가지에도 빈집 '수두룩'…젊은 부부들 이사 고민
5년 연속 인구 감소, 4만도 위협…정주의식 위한 인프라 절실

편집자주 ...영영 사라져 없어지는 것. '소멸'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토록 무섭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를 힘 모아 풀어나가야할 때입니다. 그 현실과 고민을 함께 생각합니다.

지난달 27일 5일장이 열린 연천읍 전통시장 주차장이 오가는 사람이 드문 가운데 썰렁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박대준 기자

(연천=뉴스1) 박대준 기자 = “지방 시골 읍내보다도 못해요. 사람들을 찾기 힘들다 보니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고, 지나다니는 사람이라곤 마실 나온 어르신들과 외출 나온 군인들 뿐이내요”

봄 기운이 완연한 오후 경기 연천군 연천읍의 거리는 한산한 모습이다.

이따금 봄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트랙터를 타고 나온 나이 지긋한 농부와 찬거리를 사기 위해 나온 할머니들이 뒷짐을 지고 걷고 있을 뿐 젊은 사람들의 모습을 찾기 쉽지 않다.

연천읍의 경우 군청과 경찰서 등이 몰려 있어 주변에 식당과 커피숍 등 상가들이 제법 많이 형성되어 있지만 점심시간 잠깐을 제외하곤 퇴근 이후 모두 썰물처럼 빠져 나가 조용한 시골마을을 연상시킨다.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다 보니 수도권 외곽의 다른 소도시들에도 흔한 4층 이상 건물도 찾기 힘들다. 차량 통행도 적어 군청 앞 진입도로 신호들도 점멸신호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연천읍 연천전통시장에 5일장이 열렸음에도 불구, 3개의 점포만이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박대준 기자

‘인구소멸’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중 수도권에서는 가평과 함께 지목된 연천지역의 인구절벽은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연천전통시장의 5일장이 열린 지난달 27일, 장터에는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이 세워 놓은 차량들만 주차장에 세워져 있을 뿐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장터에도 수산물과 잡화 등을 파는 노점상 3곳이 전부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 전에는 그나마 5일장이 열리면 20여개 노점상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인근 전곡읍이나 멀리 의정부의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탓에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다. 날씨가 풀리고 관광객이 몰리면 조금 나아지겠지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적다 보니 상인들도 파주 등 다른지역의 5일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천군의 인구는 지난해 기준 4만2000여 명으로 대도시 한 동의 인구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인구수가 감소하면서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 정부의 대응기금, 농가 지원, 산업단지 조성, 아파트 조성 등 정주여건 개선책과 인구유입책들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젊은 부부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신규 인구유입도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은 것도 고민이다.

연천읍 시가지 곳곳에서는 빈집들을 찾기 어렵지 않다.

전월세 가격이 저렴해 당장 청소만 하면 쉽게 임대를 내놓을 수 있지만 몇 년째 빈집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전곡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과거 거주하던 노인들이 사망하면 집을 매각하거나 임대를 주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연천지역은 들어오려는 사람이 적고 리모델링 비용도 부담돼 주택 소유주인 자녀들이 방치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귀뜸했다.

이처럼 새로운 인구유입도 힘든 상황에 기존에 살고 있던 젊은층들도 여건만 되면 타지역으로 이탈을 꿈꾸고 있다.

결혼 후 10년째 연천에 거주하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모씨(42·여)는 남편의 직장이 연천이지만 최근 인근 대도시로 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씨는 “밤에는 중심가에도 인적이 뜸하다 보니 아이들이 혼자 다니기에 위험해 보인다. 또 주변에 대형마트나 병원, 학원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연천군은 민선 8기 들어 각종 복지서비스를 늘리고 교통망을 확충, 지역발전 정책들을 펼치고 있지만 수도권도 예외일 수 없는 인구소멸 위기에 점차 부담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연구원 이상대 선임연구위원은 “지방 중소도시나 농촌지역과 달리 대도시권 교외지역으로 서울이나 인근 경기북부 대도시로의 출퇴근도 가능해 젊은 세대의 요구에 맞는 일자리와 거주환경을 개선한다면 인구감소를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dj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