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옹호댓글 유도 사이트 놓고 '팬덤정치' 논란

실시간 뉴스기사 댓글 상황 공유하며 '공감·비공감' 유도
이대표측 "존재 몰랐다…맞다, 틀리다 말할 수 있는 부분 아냐"

해당 사이트 캡처 갈무리. /

(경기=뉴스1) 배수아 기자 = 실시간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기사를 올리며 해당 기사의 댓글과 공감을 조직적으로 유도하는 사이트가 운영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이트는 기사 댓글을 달도록 링크를 걸어놓고, 댓글 현황까지 우세·열세로 구분한다.

다만 이런 사이트 운영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팬덤정치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측은 "해당 사이트 존재를 몰랐다"면서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일에 '맞다' '틀리다'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해당 사이트의 '댓글 정화'라는 메인 페이지를 보면, '언론사 매체명'과 '뉴스 제목', '처음 상황'과 '경과 시간', '현재 상황' 항목이 있다.

뉴스 제목을 클릭하면 바로 해당 기사의 댓글창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실시간으로 기사마다 '화력지원', '추월가능', '쐐기박기', '중요기사' 등의 문구가 표시되고, 상황을 '우세·열세·나쁨·보통'으로 구분해놓았다.

기사 링크를 직접 올린 것으로 보이는 작성자의 닉네임은 '탄핵시대 1' 등이다.

해당 사이트 사용 설명서란에는 '위에서 7개 링크를 핫플레이스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7개 링크 기사 중 악성댓글에는 비공감 2개, 정상댓글에는 공감 2개를 하면 된다고 안내한다. 여기서 말하는 악성댓글은 이 대표를 비방하는 댓글, 정상댓글은 이 대표를 옹호하는 댓글로 여겨진다.

해당 사이트는 회원가입을 따로 할 수도 있는데 회원이 될 수 있는 자격도 규정하고 있다. 딴지일보, 재명이네마을, 클리앙, 뽐뿌, 보배드림 등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이어야 하고 이를 인증할 수 있도록 회원가입 시 해당 사이트 아이디를 적어야 한다.

회원가입 신청 후 운영자로부터 해당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면, 기사 링크 등록과 링크 수정, 삭제 메뉴가 나타난다. 권한이 부여된 회원은 하루에 5개 기사 링크를 등록할 수 있다.

해당 사이트 캡처 갈무리. /

해당 사이트는 '추천 동영상'이라는 게시판도 운영 중인데, 유튜브 조횟수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구독과 좋아요를 클릭하라는 사용법이 안내돼 있다. 클릭하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된다.

아직은 준비 중이지만 '민주당 낙선대상' 이라는 게시판도 있다. 이 게시판은 향후 이 대표에 반기를 드는 같은당 친문 의원 등에 대한 공격 창구로 활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좌표찍기' 등 조직적으로 댓글을 유도하는 사이트 운영이 위법이 될 가능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사나 댓글에 공감하는 인터넷 이용자가 500명이라고 했을 때 500명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매크로 등을 이용한 허수라면 위계(속임수)가 되지만, 누군가의 제안으로 실존하는 500명이 실제로 행동을 한 것이라면 이를 속임수라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런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500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사이트가 불법은 아니라해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민주주의의 여론을 형성하는 공론의 장을 인위적으로 점거하겠다는 행위"라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 즉 확증편향으로 다른 사람의 정치 견해를 침범하고 주입시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연예인의 팬덤과 정치인의 팬덤은 다르다. 정치의 영역은 공동체의 영역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무조건 잘못됐다라고 비방하는 식의 팬덤정치는 위험하다" 덧붙였다.

최진봉 시사평론가도 "팬덤정치가 정치인을 성장시키고 더 큰 정치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반인 건 맞지만 단체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사회적으로 이해될 수 없을 정도의 과한 행동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당 사이트 캡처 갈무리./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