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방음터널 참사 재발 막는다…경기, 불연재료 설치의무화 추진

(수원=뉴스1) 진현권 기자 = 경기도가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과천 방음터널 화재와 관련해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대신 강화유리 등 불연재료 설치를 의무화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또 방음터널 화재 발생 시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불나면 대피먼저' 사인물을 기초 및 민간관리 방음터널에 설치하고, 방음터널 화재를 가정한 인명 및 화재진압 종합훈련도 4월 중 실시한다.

도는 이같은 내용의 '방음터널 종합안전대책 및 개선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9일 낮 1시49분쯤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부상을 입는 큰 인명피해를 냈다.

방음터널 600m와 차량 46대가 소실되는 상당한 재산피해를 냈으며, 현재 정확한 재산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2017년 9월 개통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은 철골조 아크릴 지붕으로 성남방향 1565m, 인천방향 845m 규모로 건립됐으며, 벽체는 금속판과 강화유리, 아치형 지붕은 화염에 취약한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재질을 사용했다.

PMMA는 다른 소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가벼운 장점이 있지만 화재에 가장 취약(내열성 95도, 인화점 280도)해 이번 과천 방음터널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과천 방음터널화재의 경우, 화염이 방음지붕(PMMA)으로 직접 상승해 연소가 일어나면서 터널 자재가 용융상태로 떨어져내려 도로에 있던 차량에 연소를 확대시켰다. 이어 연소열 상승으로 다시 천장의 연소가 촉진되면서 방음터널 전체로 연소가 확대됐고, 이 영향으로 터널 내부 온도가 1000도 내외까지 치솟았고 시야까지 차단되면서 유독가스에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2016년 8월 개정된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은 투명방음판의 화재안전이나 방재성능 관련 규정 미비로 방음터널 화재 시 피해를 줄이는데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이에 따라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조(별표2)를 개정해 특정소방대상물에 방음터널을 포함시켜줄 것을 소방방재청에 요청했다.

또 국토교통부 및 환경부에 방음벽 소재를 열에 강한 강화유리(용융점 650도) 등 불연재료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해달라고 건의했다. 방음터널 정보표지판(VMS) 설치도 의무화해 도로 이용자들에게 교통, 도로 등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도는 방음터널 관련 재난사고에 도로 이용자들이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시군 및 민간관리 방음터널에 '불나면 대피먼저' '연기 보이면 비상등 켜고 진입 금지' 등 사인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도내에는 총 81개소(국토부 14, 시군 41, 도로공사 8, 기타공기업 4, 민간 14)의 방음터널이 있다. 규모별로는 1~2㎞ 9개소, 500m~1㎞ 11개소, 200~500m 30개소, 100~200m 25개소, 100m 미만 6개소다. 이 중 절반이 넘는 42개소가 화염에 취약한 PMMA 소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폴리카보네이트(PC) 35개소, 강화유리 3개소이다.

이밖에 '유형별 특수재난 대응기술 편람(터널화재) 및 다수 사상자 발생 재난 119구급 대응 표준매뉴얼'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재난 발생시 상황실 및 지휘대가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카드도 제작하기로 했다.

도는 방음터널 화재를 가정한 종합훈련도 4월 중 실시한다. 훈련은 도로통제와 함께 대피유도, 인명구조, 화재진압 등 다중 작전훈련으로 진행된다.

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과천 방음터널 화재가 재발되지 않도록 방음벽 소재의 불연재료 사용 의무화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도 자체적으로 '불나면 대피먼저' 사인물을 시군 및 민간 관리 시설에 우선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hk1020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