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사료 2~3일분' 축산업계까지 '위기'…화물연대 피해 전방위 '확산'(종합2보)
전국 건설현장 60% '멈춤'…정부 "주요 업종 손실액 1조6천억"
업무개시명령서 교부 속도·LH 손배청구 검토…'기름 대란' 가시화
- 최대호 기자, 김기열 기자, 임용우 기자, 김도엽 기자, 원태성 기자
(전국 종합=뉴스1) 최대호 김기열 임용우 김도엽 원태성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사태 9일째, 물류 운송 차질에 따른 피해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에도 불구하고 전국 건설현장 10곳 중 6곳은 콘크리트 타설이 중단됐다. 철강 공장 가동 중단은 물론 주유소 재고 소진에 따른 기름 대란도 가시화하고 있다.
여기에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역시 제동이 걸리는 등 물류 마비에 따른 피해가 속출했다.
정부는 "시멘트, 정유, 철강 등 주요 업종의 손실액은 일주간 1조6000억원 육박한다"고 진단했으며, 경찰은 파업 장기화가 국가 경제와 민생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불법 행위 엄정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
◇시멘트·정유·철강 등 주요 업종 손실 1조6000억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9일째 이어지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물류대란, 수출 차질 등이 발생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시멘트, 정유, 철강 등 주요 업종의 손실액은 일주간 1조6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시멘트 분야에서는 출하량이 이전보다 4배가량 늘었지만, 아직 평소의 50%에도 미치지 않는 상황이어서 전국 건설 현장의 60% 정도는 콘크리트 타설이 중단된 상태"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유소의 재고 문제도 운송거부 사태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날 현재 업무개시명령 관련 합동조사팀은 운송사 대부분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다음주부터는 업무개시명령이 발부된 차주를 대상으로 운송재개 현황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기름 대란' 가시화…철강업계 피해 누적·협력업체도 휘청
정유업계는 전국적으로 '품절 주유소'가 늘어나는 등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를 기준으로 전국 품절 주유소는 52개소다. 전날 오전 8시 기준 33개소에 비해 19개소 증가한 수치다.
산업부는 '정유업계 비상상황반'을 가동해 정유공장·저유소 등 주요거점별 입·출하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체수송수단을 긴급투입하는 등 비상수송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정유 수송력 강화를 위해 기존 금지된 자가용 탱크로리 유조차의 유상운송을 지난달 30일부터 임시 허가 중이다. 대체 탱크로리 총 56대를 확보한 상태다.
철강업계의 누적 출하 차질 규모도 1조1000억원(1일 기준)으로 파악됐다. 5대 철강사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의 출하 차질 추정액은 8700억원이다. 지난달 30일까지 7313억원이었던 추정액이 하루새 1400억원 정도 늘어났다. 5개사 외 중소형 철강사 피해 규모도 2000억원을 넘었다.
철강업계는 이미 피해 최소화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보고 있다. 철강재 적재 공간이 부족해 파업이 이번주를 넘기게 되면 제철소 내 도로에 철강재를 쌓으면서 버텨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생산물량 출하 중단에 직면한 당진 현대제철과 관련해서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충격파가 협력업체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진의 한 철강업체는 제품출하를 재개했으나 화물연대 차량 미 복귀로 제한적 출하에 머물고 있다. 이 공장은 원부자재 입고가 중단되고 유류재고가 소진돼 공장 가동 자체가 사실상 중단 직전 상태로 알려졌다.
◇도로·철도 등 SOC 사업 제동…농축산 업계도 차질 예상
파업 장기화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도 제동을 걸었다. 특히 도로·철도 건설사업의 경우 콘크리트, 철근이 주재료가 되는 교량, 터널 등 구조물이 다수 포함돼 있어 피해가 큰 상황이다.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경우 96% 사업에서 주요 공정이 중단됐거나, 이번주 내 중단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총 28조4000억원에 달하는 사업이다. 9조8000억원이 들어가는 국도 건설사업 또한 110개 사업 중 76개 현장에서 주요 공정이 중단되고 있다.
아울러 철도 건설사업의 경우 171개 중 32개 현장(5조4200억원)의 주요 공정이 이번주 내 중단될 예정이며, GTX-A, 호남고속철도, 신안산선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주요 사업들도 지연될 수 있다.
농축산업계도 위기에 직면했다. 사료·신선 농산물 유통 및 수출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축산업계는 이날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긴급점검 회의에서 '배합사료 원료 대부분과 조사료 일부가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료 공장이 보유하고 있는 원료 물량이 2~3일에 불과해 운송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사료 공급이 지연된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경찰 '불법행위 무관용' 재확인…국토부·공정위·LH 가세
경찰은 불법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일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가 9일째 이어지며 국가 경제와 민생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24시간 총력 대응체계를 유지하며 그 어떠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화물연대 운송거부가 시작된 지난달 24일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이 밝힌 '불법행위 엄정대응' 기조를 재확인 한 것이다.
울산경찰청도 이날 화물연대 운송거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비노조원에 대한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울산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울산신항과 이날 온산공단 일대 등에서 화물차량 운송을 방해한 노조원 2명을 체포해 조사하는 등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관련해 오는 5일부터 2차 현장조사에 나선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화물연대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월요일(5일)부터 운송거부자가 실제 복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운송사에 대한 2차 현장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업무 미복귀가) 확인되면 지자체에 통보해 행정 처분을 요청하고 국토부는 경찰에 고발조치를 통해 형사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201곳 시멘트 분야 운송사 중 193곳에 대한 현장 조사를 완료했다. 운송거부가 발생한 업체가 83곳, 운송사가 거부한 경우는 36곳이다. 이 중 21개 업체는 운송에 복귀하거나 할 예정이다.
공정위도 '압박'에 가세했다. 공정위는 이날 오전 화물연대의 부당한 공동행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 화물연대 본부에 카르텔조사국 직원 17명을 투입해 조사에 나섰다. 또 부산 남구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도 부산사무소 직원 6명이 현장조사를 나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피해 발생 시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공주택사업 관련 주택건설 공구 244개 중 128개(52.4%) 공구가 레미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 대한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총 2만9000세대 입주가 예정된 만큼 대체 공정을 실시하는 등 공사를 이어가고 있으나, 파업 장기화에 따라 골조 공사 등 주요 공정이 중단되면 공공주택 입주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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