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 반발, 전국 곳곳 노동·시민단체 철회 촉구 성명 이어져(종합).
두 번째 협상, 40분만에 결렬…주요 항만·레미콘 공장 기능 마비
- 박대준 기자, 강정태 기자, 김기열 기자, 김동수 기자, 손연우 기자, 정진욱 기자, 조영석 기자, 최성국 기자, 한귀섭 기자, 남승렬 기자
(전국=뉴스1) 박대준 강정태 김기열 김동수 손연우 정진욱 조영석 최성국 한귀섭 남승렬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파업 일주일째를 맞은 30일 정부와 화물연대의 2차 협상이 40분만에 결렬된 가운데 양측이 추가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는 등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측은 이날도 기존 입장인 안전운임제 3년 연장과 품목 확대 불가, 안전운임제 영구화 및 품목 확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더구나 회장에서는 고성이 고가며 원희룡 장관은 협상 종료 후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상태에서 복귀 없이 어떤 제안도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여 갈등이 오히려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는 조합원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비조합원에 대한 위협도 계속됐다.
또한 전날 정부가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과 관련해 노동단체들은 물론 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나서 업무개시명령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했다.
전국 주요 수출입항에서의 항만 기능이 마비되고 레미콘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비조합원 화물차에 마이크 투척…인천 도로에 못 700개, 경찰 수사
부산에서는 비조합원의 화물차 운행을 방해하는 사건이 이날도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0분께 강서구 부산신항 4부두 집회현장 앞에서 화물연대 A지부장은 비조합원이 몰던 화물차 뒷쪽을 향해 마이크 1개를 던졌다. 경찰은 A지부장을 현장에서 업무방해혐의로 체포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께 강서구 부산신항국제터미널에서는 50대 비조합원이 운행하는 화물차 앞부분에 계란 1개가 날아 들었다. 다행히 운전자가 다치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한 뒤 추적 수사 중이다.
인천에서는 화물연대 총파업 집결지인 연수구 송도동 인천신항 인근 도로에 못 700여 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날 오전 9시39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인천신항~남동공단 방향 편도 2차로 중 1차로 약 2㎞구간에 길이 9㎝짜리 못 700여 개가 산발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이날은 현장점검을 위해 윤희근 경찰청장이 방문한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화물연대본부 인천본부는 “우리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탄압 중단” 전국 동시다발 업무개시명령 규탄 기자회견
전날인 29일 정부가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과 관련, 이날 전국 곳곳에서 노동계 등의 기자회견과 성명을 통한 반발이 이어졌다.
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화물연대와의 합의 무효 선언이며, 전면적 노동 탄압의 예고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화물노동자들의 요구는 안전한 운송으로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라며 “업무개시명령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일만 하라는 강제조치로, 명백한 국가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조 경남본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화물노동자들은 대체 누구와 대화해야 하는가”라며 “헌법 위에 군림하는 위헌적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화물연대, 정의당·진보당 대구시당, 대구민중과함께 등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인 노동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전날 업무개시명령을 두고 “헌법에서 규정한 ‘강제노역 금지’를 위반하는 위헌적 행위이며 근로기준법에서도 금지하는 초법적 조치”라면서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도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도입된 이후 한 차례도 시행된 적 없는,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파괴함은 물론 ILO(국제노동기구)협약 등 각종 국제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 중구 한라시멘트 앞에서는 100여명의 시멘트 화물 노동자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전북지역본부 등 전북지역 29개 시민사회단체는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노동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한다. 정부는 즉각 명령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밖에 전라남도의회는 도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도의회는 성명을 통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입법 논의가 시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섣부르게 윤석열 대통령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은 무책임하고 독단적인 국정운영 형태이다”며 업무개시명령의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파업 일주일째 레미콘 공장 가동 중단에 공사현장 직격탄
총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전국에서는 물류 차질이 심해져 항만과 물류단지 기능이 마비되고 레미콘 공장의 가동이 중단돼 건설업계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이날 오전 기준 132개 레미콘 공장 중 109곳(82.6%)이 가동을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12월 1일이면 대부분의 공장이 가동을 멈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는 춘천·원주·동해·삼척 일부 지역 소규모 공장만 가동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지역에서는 파업으로 인해 레미콘 수급이 중단되자 국도 보강공사나 교량설치 현장 등 4곳에서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지역 아파트 공사가 제때 진행되지 못하고, 탱크로리 기사의 파업 참여로 인해 주유소 기름 재고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각 시멘트 회사들의 출하 제한과 화물연대 총파업 예고, 공사 현장의 밀어치기 공사가 맞물리면서 광주지역은 실질적 파업이 이뤄지기 전인 21일부터 사실상 레미콘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광주전남레미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광주지역 공사현장에 레미콘이 아예 공급되지 않은 지 벌써 10일째로, 현재 조금씩 납품되는 레미콘은 기존에 예약됐던 소규모 물량에 그친다”며 “준공이 임박한 곳들은 공사기일 연장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10여개 레미콘 공장도 가동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시멘트 재고 물량이 바닥난 D레미콘 업체는 전날부터 가동이 멈췄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생산량이 급감하거나 중단 직전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 생산 중단으로 인한 불똥은 지역 내 대규모 건설 현장들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현장에서는 레미콘 부족으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 실정이다.
주요 수출입항인 전남 광양항의 물류 차질도 심화되면서 항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파업 기간 광양항 게이트 반출입량은 하루 평균 2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일부 군납물품만 게이트를 빠져나갔을 뿐 일반 물품의 운송은 전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LG화학, GS칼텍스도 내부에 물량이 적체되고 제품 보관창고 역시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d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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