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업무개시명령에 화물연대는 '삭발 투쟁'…충돌 격화 '우려'(종합)
경찰, 노조원 불법 행위 신속 대응…9건 수사
- 이상휼 기자, 남승렬 기자, 박준배 기자, 백창훈 기자, 박영래 기자
(전국=뉴스1) 이상휼 남승렬 박준배 백창훈 박영래 기자 =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6일째를 맞은 29일 부산에서는 정상 운행하던 트레일러에 쇠구슬이 날아드는 등 시위 양상이 과격해지고 있다. 경찰은 노조원들의 불법행위 9건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수사·형사 경찰력 1559명과 전국 41개 경찰서 경비 경찰력 63중대를 동원해 노조원들의 불법 행위에 대응하고 있다. 이날 부산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건 1건(3명)이 추가돼 전날(8건·12명)보다 관련 사건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는 화물연대 노조원 3명이 운행 중인 화물 차량 전면 유리에 라이터를 던져 운송업무를 방해하고 체포에 나선 경찰관에게 물병을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에게는 운송방해와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尹 "노사문제 타협하면 다른 불법 파업 유발…모든 방안 강구"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안을 심의·의결한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노사 문제에 있어 당장 타협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면 또다른 불법 파업을 유발하게 된다"면서 "노사 관계가 평화롭게 해결되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집단 운송거부를 빨리 수습하고 현장에 복귀한다면 정부가 화물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들의 어려운 점을 잘 살펴 풀어줄 수 있겠지만 명분 없는 요구를 계속한다면 정부도 모든 방안을 강구해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을 지키지 않으면 법을 지킬 때보다 훨씬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법치주의가 확립된다"며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어떠한 성장과 번영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국의 강성 노조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지금 우리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워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정부가 노사 문제를 법과 원칙에 따라서 풀어나가지 않고 그때그때 타협적으로 하게 되면 그것이 또다른 파업과 불법행위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노사 법치주의 원칙을 명확하게 세워서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기업들이 한국의 노사문화를 하나의 리스크로 생각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신항서 비조합원 화물차에 라이터·돌 던진 노조원 3명 체포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인 29일 부산신항에서 비조합원의 차량에 라이터와 돌을 던진 화물연대 노조원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강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50분쯤 부산신항에서 화물연대 노조원 3명을 운송방해 및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비노조원의 화물차에 라이터를 던진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일부 조합원은 돌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과 노조원의 몸싸움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만든 '일당 15만원' 꿀 알바…매일 수백명 몰려
"하루 두세번 차량 운송하고 일당 15만원이면 괜찮은 일자리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완성차 출고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른바 '로드탁송'(개별도로운송) 아르바이트 기사 모집에 수백명이 몰리는 진풍경이 매일 연출되고 있다.
29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 등에 따르면 완성차 출고를 맡고 있는 글로비스는 기아 광주공장에서 출하장인 광주 광산구 평동출하장과 전남 장성 출하장까지 생산차량을 옮기는 로드탁송 기사를 매일 모집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광주공장에서 출고차 운송을 맡은 카캐리어 차량 108대가 모두 운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로드탁송은 탁송 차량 운행 중단으로 기아가 내놓은 대안으로 공장에 조립이 끝난 신차가 쌓일 경우 자칫 공장 자체가 '셧다운'이 될 수 있다.
광주공장의 탁송을 맡은 4개 업체는 로드탁송이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매일 새벽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주차장에서 아르바이트 탁송기사를 모집해 운송에 나선 상황이다.
아르바이트 탁송기사는 하루 최대 700명을 모집 중이며 일당은 15만원으로 알려졌다.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매일 아침 수백명이 긴줄을 설 정도로 이른바 '꿀 알바'로 부상하고 있다.
광주공장에서 하루 생산되는 차량은 모두 2000대가량으로 이들 탁송기사들은 하루 최대 3차례 정도 출하장까지 신차를 운전하면 된다.
한 탁송기사 참여자는 "하루 두세차례 운전하고 15만원을 받기 때문에 인기 있는 단기 아르바이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는 로드탁송에 동의하는 고객에게 주행거리 보증 연장 혜택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30일 오후 국힘 당사 앞 철회 촉구 기자회견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반발에 이어 야당과 시민단체 등도 "국민의 '명령'이 두렵지 않느냐"며 업무개시명령 발동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윤석열 정부는 노동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이 반민주적인 술수까지 동원해 가며 파업 화물 운송 노동자에 대해 벌금에, 징역살이에, 생계수단인 면허까지 취소시키려 한다"며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국가의 역할조차 저버린 정부를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요구는 지난 6월 총파업 당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등 정부와 노동계가 합의한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라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업무개시명령 발동 철회를 촉구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내고 "반헌법적인 업무개시명령을 꺼내든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명령이 두렵지 않는가"라며 "당장 철회하고 대화와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진보당 대구시당도 논평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은 민생과 전쟁을 치르자는 선포인 것인가"라며 "물류 대란을 해결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여론몰이의 희생양이 필요한 것인지 윤석열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시민단체 등은 30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철회와 노동탄압 중단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진보당 광주 "반헌법적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철회하라"
진보당 광주시당은 이날 "윤석열 정부는 반헌법적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광주시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를 위반하고 강제노동을 금지한 ILO 기본협약을 위배하는 반헌법적 작태로 일제강점기 전시동원 체제 부활과 다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2004년 처음 도입한 업무개시명령은 국토부 장관이 업무 개시명령에 불응하는 화물노동자의 자격을 취소하거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진보당은 "업무개시명령은 애초부터 화물노동자를 겨냥해 형사 처벌과 행정 제재를 압박하는 독소적인 제도로 위헌 요소 때문에 사실상 사문화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물연대 노동자를 파업으로 내 몬 것은 윤석열 정부다"며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지속'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 파업의 책임이 정부에 있음에도 공권력이 업무를 강제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안전 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는 광주지역 화물 노동자들에겐 절실한 문제"라며 "카캐리어, 사료, 식자재 유통 등 안전운임 적용 품목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당은 "화물연대 파업은 장시간 노동에도 소득이 낮아 과로·과적·과속 등 위험한 노동에 내몰리는 화물노동자들의 '살려 달라'는 절규에서 시작됐다"며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것은 협박과 엄포가 아니라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 등 화물노동자 생존권과 도로 위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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