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지자체장 20여명 '무더기 피의자'로…'행정 공백' 우려

경·검, 기초·광역단체장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 막바지
김동연·오영훈·이장우 등…일부는 이미 재판행

서울중앙지검 청사 검찰 로고. /뉴스1

(전국 종합=뉴스1) 최대호 기자 = 지난 6월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검찰, 경찰의 공직선거법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현직 지자체장들이 무더기로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어 향후 행정공백 우려가 제기된다.

경·검의 수사 선상에는 선거 승리로 자치단체장직을 꿰찬 이른바 승자들도 전국에 다수 포함됐다. 재판에 넘겨져 올겨울 법정을 드나들게 된 인사까지 포함하면 광역단체장 3명, 기초단체장 20여명에 이른다.

이번 지선 공소시효는 오는 12월1일이다. 경찰의 혐의 인정으로 검찰에 사건이 넘겨진 단체장들은 기소와 동시에 직(職)을 건 법정 다툼을 피할 수 없게 된다.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우선 경기도에서는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과의 대결에서 0.15%p 차로 신승을 거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후보자 TV토론회에서 '비서 부정채용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다. 경찰은 현재 막바지 수사를 진행 중으로 조만간 송치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도내 시군 단체장 가운데는 3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김보라 안성시장과 정장선 평택시장, 신상진 성남시장이다.

김 시장은 지난 3월 업무추진비로 시청 공직자 전원에게 떡을 돌리고, 지난해 12월엔 자신의 이름과 직함이 담긴 새해 인사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시장은 지난 2020년 6월 코로나19로 힘든 직원들을 격려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이름이 적힌 포장용기를 통해 마카롱 세트 2500여개를 나눠준 혐의를 받는다. 정 시장은 "지시한 적이 없는데 실무자들이 이름을 표기한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한 상태다.

신 시장은 성남지역 체육동호회 40여곳의 간부들과 간담회 형식의 모임을 한 뒤에 자신의 SNS를 통해 이들 동호회 회원 2만여명의 지지 선언을 받았다는 허위 글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에선 김미경 은평구청장과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김 구청장은 지난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수행비서를 통해 은평구 공무원과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 200여 박스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수행비서를 구속했으며, 김 구청장의 개입 여부를 조사 중이다.

박 구청장은 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시기 구청 사무실을 돌며 인사한 혐의를 받는다. 또 방송 인터뷰에서 생활체육관 개방 관련 허위 발언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인천의 경우 교회 4곳에 헌금 51만원을 한 혐의를 받는 문경복 옹진군수가 경·검수사를 거쳐 지난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원강수 강원 원주시장은 최근 재산 축소신고 등 혐의로 고발돼, 경찰이 혐의점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법원 상징 깃발. /뉴스1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22일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지난 5월, 오정시장 도매인연합회 행사장에서 확성 장치를 이용해 발언을 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충남에선 박경귀 아산시장이 검찰에 송치돼 수사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상대 후보였던 오세현 전 아산시장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제기했는데, 오 전 시장으로부터 역으로 허위사실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 고발을 당했고, 경찰은 일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 1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대구에서는 지지자에게 현금 10여만원을 준 혐의를 받는 이태훈 달서구청장이 현재 검찰단계 수사를 받고 있다. 경북지역의 경우 김하수 청도군수가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박종우 경남 거제시장은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최근 검찰에 소환됐다. 그는 지난해 8월 거제시장 출마 선언 이후 국민의힘 입당원서 제공 등을 대가로 측근을 통해 서일준 국회의원실 직원에게 13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경남지역에서는 박 거제시장 외에도 이승화 산청군수와 오태완 의령군수, 김부영 창녕군수, 진병영 함양군수 등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선거 관련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된 이승화 군수는 지난달 31일 검찰에 송치됐으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오태완 군수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 김부영 군수는 선거인 매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진병영 군수의 경우 정확한 혐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선거법 위반 관련해 지난 3일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 밖에 구인모 거창군수는 여론조사 결과를 SNS에 공표한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겨진 상태며, 출판기념회에서 건설업자로부터 자서전 명목 책값 1000만원을 받은 하승철 하동군수는 지난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송치됐다.

전북에서는 14개 시군 중 남원시 등 6개 지역 기초단체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지난달 18일, 정헌율 익산시장은 지난 22일 기소됐고 우범기 전주시장, 강임준 군산시장, 이학수 정읍시장, 최영일 순창군수 등 나머지 단체장들은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6명의 기초자치단체장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거나 선거 과정에서 탈당했으며, 이중 4명은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단체장이 됐다. 금품 선거 의혹을 받는 군산시장을 제외한 5명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남에선 이상철 곡성군수와 박홍률 목포시장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상철 군수는 당선 보답으로 선거사무소 관계자 및 지인 등에게 557만원 상당 식사를 제공한 혐의, 박홍률 시장은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유포 혐의다.

제주에서는 오영훈 제주지사가 선거법 위반 사안으로 지난 19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오 지사가 '상장회사 20개 육성·유치' 공약과 관련 해당 단체를 이용해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사안으로는 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뤄진 한 단체의 지지선언과 관련된 것으로, 검찰은 이 사건에도 오 지사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을 어긴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최종 확정되면 그 직을 잃게 된다.

(최대호·전준우·허진실·박아론·신관호·이시우·정우용·김용구·김혜지·김동수·정다움·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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