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수능]아침에 교통사고 당했지만 시험장으로…암행순찰차까지 동원(종합2보)

시험장 착각에 수험표 깜빡·늦잠 지각도…'코로나 수능' 이모저모
1375개 시험장·50만8030명 응시…포옹·하이파이브 "힘내 아들·딸"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수험생 응원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22.11.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전국=뉴스1) 최대호 조현기 박아론 이유진 이지선 양희문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7일 오전 8시40분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5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날 전국의 시험장 앞 풍경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학교 앞 대규모 응원전 등은 없었다. 하지만 학부모와 수험생 모두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험장 앞 부모·교사들은 가벼운 포옹과 주먹인사, 하이파이브로 자녀·제자를 응원했다. 다행히 수능때만 되면 찾아오던 한파는 없었다.

올해로 세 번째 맞는 '코로나 수능' 풍경이다. 고3 재학 수험생의 경우 1학년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채 3년을 공부한 이른바 '마스크 수험생'들이다.

시험장 인근 도로에는 경찰과 모범 택시 자원봉사자들이 교통통제에 나서는 등 수험생들의 입실을 도왔다. 수험생이 탄 차량이 학교 앞을 도착할 때면 차량 문을 열어주며 학교 앞 정문까지 안내하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여자고등학교 앞에서 경찰차를 타고 온 수험생이 입구로 뛰어가고 있다. 2022.11.16/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일부 지각을 우려한 수험생들을 위한 경찰의 특급 수송작전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도시락·시계 등 준비물을 미처 가져오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수험생, 수험표를 깜빡하거나 고사장을 착각한 수험생도 속출했다.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 빨간색 오토바이가 배기음을 강하게 울리며 들어왔다.

'수험생 긴급 호송 차량'이라는 문구를 붙인 오토바이 운전자 뒤에선 빠른 속도에 몸이 뒤로 젖혀진 한 수험생이 긴장한 표정으로 내려 고사장을 향해 내달렸다. 수험생이 고사장에 무사히 들어서자 오토바이 운전자는 씽긋 웃었고 또 다른 수험생들을 태우러 부지런히 움직였다.

부산 금정구에서는 한 수험생이 수험표가 든 지갑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택시기사에게 전달받은 수험표를 오전 8시4분쯤 부산사대부고 앞 정문에 있던 수험생의 부모에게 전했다.

수능 입실시간 2분 정도를 지난 오전 8시12분쯤에는 부산진구 진여고로 시험장을 잘못 찾아온 수험생이 도움을 요청하면서 순찰차로 9분 만에 연제구 이사벨고까지 데려다줬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인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숭덕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으로 확진 수험생을 태운 119 구급차가 들어가고 있다. 2022.11.17/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전주 전주시 전주대학교 사대부고에선 한 남학생과 부모가 어쩔줄을 몰라하며 당황해 했다. 고사장을 착각해 잘못 찾은 것. 남학생과 부모는 본 수험장인 전북대 사대부고로 차머리를 돌렸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두 학교의 문을 착각해 전주대사대부고로 잘못 들어온 남학생도 있었다. 전주영생고등학교에 배정된 수험생 B군은 전주대 사대부고 후문으로 잘못 들어오는 바람에 정문으로 나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영생고등학교로 향했다.

경기 남양주 호평고 수험장에는 '아이돌 그룹' EPEX(이펙스) 아민이 등장했다. 그는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친구들이 학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봐왔다. 수능을 보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고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민은 시험장 앞에 모인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걸그룹 케플러(Kep1er)의 휴닝바히에가 2023학년도 수능일인 17일 시험장인 서울 용산구 성심여자고등학교에 들어서며 인사를 하고 있다. 2022.11.17/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걸그룹 케플러(Kep1er)의 휴닝바히는 입실 시간 30분 전인 7시40분쯤 서울 용산구 성심여자고등학교에 도착해 "지금 긴장 되는 데 최선을 다해 열심히 보고 오겠다"고 말한 후 '파이팅'을 외쳤다.

인천에선 수험생 수송에 경찰차는 물론 경찰 오토바이, 암행순찰차 등이 동원됐다. 지각 걱정에 발을 동동구르던 수험생 10명은 경찰 활약으로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전남소방본부에선 수험생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안타까운 신고가 1건 접수되기도 했다. 수험생 A군은 이날 오전 7시35분쯤 전남 순천 금당고등학교 앞에서 차에 치여 발목에 경상을 입었다.

소방은 A군을 인근 순천의료원으로 이송, 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병원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의 한 고사장 앞에는 입실이 완료된 후 도착한 수험생이 교문이 굳게 닫혀 입실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이를 지켜본 한 학부모는 "3년 동안 고생했을 텐데 시험을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돼 안타깝다"며 속상해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시험 전 두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2022.11.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수능은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5여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했다. 총 지원자는 50만8030명이다.

전날(16일) 0시 기준 코로나19에 확진된 수험생은 총 2317명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확진 수험생을 위해 별도 시험장 110곳(827실), 병원 시험장 25곳(108병상)을 준비했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