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코로나·기억상실·ATM'…광명 세 모자 살해범, 횡설수설 왜
'아내 등 가족 탓도 있다' 등 자기합리화…경찰 "일방적 주장 불과"
- 최대호 기자, 유재규 기자
(광명=뉴스1) 최대호 유재규 기자 = 치밀한 계획하에 아내와 10대 두 자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40대 가장 고모씨.
불과 이틀 전만해도 취재진 앞에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며 흐느껴 울었던 그는 돌연 '코로나19 감염되면서 잃었던 기억을 찾았다'는 등 횡설수설하며 숨진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모습을 드러낸 고씨는 "내가 잘못한 것 맞다"면서도 황당한 변명을 늘어놨다.
고씨는 '어떤 불화 때문에 범행한 것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8년 전 기억을 잃었는데 이번에 코로나에 걸리면서 기억을 찾았다. 8년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한 20일된 거 같은데 제 나름대로 조사했다. 어머니는 버려졌고, 저는 ATM기계처럼 일만 시키고 조금씩 울화가 차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범행을 언제부터 계획했느냐는 질문에는 "2~3일 전부터"라고 당당히 말하면서도 119에 신고한 이유와 범행 후 도주하려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고씨의 이러한 언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재판 과정에 심신미약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씨는 경찰 조사 과정은 물론 이날 영장심사 과정에서도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영장심사 후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아니다. (저는)그렇게 미친 사람 아니다"라고 답했다.
도리어 그는 취재진에게 "궁금한 점들은 면회를 오면 설명해주겠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뉴스1 취재 결과 고씨는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된 바 있고, 모친은 수년전 사망했다. 다만 기억상실 치료를 받은 바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고려하면 형량 감경의 목적이기보다는 자신이 저지른 잔혹한 가족 범죄에 대해 자기합리화를 하려는 심리로 비친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기억을 잃었고, 코로나로 되찾았다는 등 발언을 입증할 근거는 없다"면서 "피의자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구속된 고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인뒤 늦어도 이르면 이달 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방침이다.
한편 고씨는 지난 25일 오후 8시10~20분께 경기 광명시 소하동 소재 자신의 아파트 거주지에서 부인 A씨(40대)와 아들 B군(13), C군(9) 등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당초 '알리바이가 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다가 경찰이 자택 주변에서 유기한 흉기와 피묻은 옷 등을 발견해 꺼내 보이자 이내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군, C군의 목에 자상과 머리를 가격당한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경찰은 고씨가 흉기 이외, 둔기도 범행도구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했다.
CCTV 및 통화기록 등을 살핀 경찰은 고씨가 A씨를 아파트 밖으로 전화해 불러낸 뒤 계단을 이용해 15층 집으로 올라가 B군을 살해하고, 약 5분만에 귀가한 A씨와 D군을 향해 연이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범행도구 등을 집 주변에 유기한 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인근 PC방에 갔다가 오후 11시27분께 집에 돌아와 '가족이 죽어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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