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위기가구] ②'메신저·빅데이터'까지 동원해 발굴 나선 경기도
수원시 '카톡 제보' 의정부 '행복e음 시스템' 등 활용
도 '주거지 미상 위기가구 발굴 조사권 확대' 등 건의
- 송용환 기자, 유재규 기자
(수원=뉴스1) 송용환 유재규 기자 = “건강문제와 생활고 등으로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이 여전히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 미비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빈곤을 만드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즉각 대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위기가구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 지켜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관련 TF 구성과 함께 정부에 '주거지 미상 위기가구 발굴 조사권 확대' 등을 건의할 계획이고, 일선 기초단체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한 위기가구 제보와 '행복e음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 등을 이용해 적극적인 위기가구 발굴에 나서고 있다.
◇ 경기도 '위기이웃 발굴단' 확대 개편…정부에 제도개선 건의 등
사건 발생 이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애도와 함께 대책 마련을 약속했고, 도 차원의 대책을 담은 '도민 복지권 보장을 위한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통장이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등이 주로 맡고 있는 현행 '명예사회복지공무원제'를 공인중개사·약사 등 생활업종 종사자로 참여 대상 범위를 넓힌 '위기이웃 발굴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발굴단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도청 복지국장을 단장으로 복지국 부서로만 운영되던 복지사각 발굴‧지원 합동협의체(TF)를 정신건강과(자살예방) 열린민원실(120콜센터·주민등록 사실조사) 비전전략담당관(도민 제안) 홍보미디어담당관(도민 홍보)으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료 체납 등 위기가구 발굴을 강화하고, 관련 지원 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장기 대책으로 도는 현재 검토 중인 법‧제도 개정사항으로 △주거지 미상 위기가구 발굴을 위한 조사권 확대 △빅데이터 시스템 지자체 권한 강화 등을 보건복지부 등에 건의할 계획이다.
◇ 수원시 '카톡 제보', 의정부 '행복e음 시스템' 등 활용
세 모녀 관할 지자체인 수원시도 위기가구 발굴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우선 세 모녀와 같이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서 위기 정보가 입수됐지만,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다른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위한 '은둔형 위기가구 자체 발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징수과와 상수도사업소에서 지방세 장기체납자·단수(斷水)가구 데이터를 추출한 후 생활실태를 확인해 은둔형 위기가구도 발굴할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용회복위원회, 삼천리도시가스 등 주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위기가구 상시 발굴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관련 기관은 고유 업무 영역에서 위기가구를 감지하면 즉각 수원시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또 가정 방문이 잦은 집배원·검침원·택배기사, 주민을 자주 접하는 종교시설·약국·미용실·부동산 중개소·편의점 등 생활업종 종사자를 ‘명예사회복지공무원’로 위촉해 복지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아울러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 상시 상담 채널을 개설·운영해 '비대면 온라인 위기가구 상시 발굴 체계'를 구축한다. 주민들이 위기가구를 발견하면 카카오톡으로 편리하게 제보할 수 있다. 모든 동(44개 동)이 각각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해 누구나 손쉽게 위기가구를 제보하고, 복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
의정부시는 위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주거환경 위기가구와 '행복e음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단전, 사회보험료 체납 등의 상황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고위험 가구 예측 시스템)'으로 통보된 위기가구에 전화·방문 상담, 서비스 제공을 실시하고 있다.
세 모녀가 주소지를 두고 있던 화성시 역시 지난달 29일부터 기존 읍·면·동 찾아가는 복지팀과 별도 지원단 등으로 구성된 '복지사각지대 고위험 발굴 TF'를 발족, 위기가구 발굴에 나섰다.
'복지사각 발굴·지원 TF'를 구성한 가평군은 현장점검을 기본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기획 발굴 등을 통해 위기가구를 상시 발굴하고, 공적·민간 지원을 연계할 계획이다.
이천시는 공무원이 출장이나 업무 추진 시 민원상담을 통해 생계가 어렵다는 위기징후가 포착되면 즉시 복지담당자를 연계하는 등의 계획을 마련했다.
앞서 지난 8월21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소재 한 연립주택에서 60대 여성과 그의 4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는 악취가 심하다는 연립주택 건물 관계자에 의해 이뤄졌으며 경찰과 소방당국이 문을 강제로 뜯고 들어갔을 때 현장에서 이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발견됐다.
9장 분량의 손글씨 유서에는 '건강문제와 생활고 등으로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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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난 지 8년이 지났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지난 8월 경기 수원시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고, 이후에도 안타까운 사연들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이 보내는 위기 신호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시스템의 문제가 여전합니다. 제도나 시스템 자체가 이들을 모두 끌어안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존재합니다. 뉴스1은 절벽으로 내몰린 위기가구를 놓치지 않기 위한 현장의 다양한 시도를 찾아보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