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멈추고, 대피소 가던 70대 급류에…힌남노 피해 속출(전국종합3보)

포항 1명 사망, 울산 1명 실종…산사태·저수지 붕괴 위험 주민 대피
곳곳 농작물·양식장 피해, 비 소강상태에도 강풍·폭풍해일 위험 여전

울산이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권에 든 6일 새벽 울주군 언양읍 남천교 아래 하천에서 20대 남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구조대원이 수색을 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2022.9.6/뉴스1

(전국종합=뉴스1) 송용환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빠르게 벗어나면서 6일 오전 10시 현재 전국에 내리던 비가 조금씩 그치고 있다.

하지만 전날(5일)부터 이어진 태풍의 영향으로 원전 발전기가 정지한 것은 물론 물폭탄을 맞은 경북 포항에서는 급류에 휩쓸린 70대 여성이 숨지는 등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 있는 신고리1호기 터빈이 멈췄다. 고리원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쯤 출력 79% 수준으로 운전 중이던 신고리1호기(가압경수로형, 100만kw급)의 터빈 발전기가 정지됐다.

현재는 출력 26% 정도로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터빈 발전기만 정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외부 환경으로의 방사선 영향은 없는 것으로 원전 측은 파악하고 있다.

원인은 강풍으로 인한 발전소 내 전력설비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 상세 원인은 파악 중이다.

시간당 110.5㎜의 물폭탄을 맞은 경북 포항에서는 70대 여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포항남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57분쯤 남구 오천읍의 도로에서 A씨(75)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1시간여 만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가족과 함께 걸어서 대피소로 가던 중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북구 용흥동 대흥중 뒤편 야산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고, 효곡동에서도 산사태가 나 아파트 주민 20여명이 대피했다.

집중호우로 구룡포시장이 침수되고 시내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포항 형산교와 경주 강동대교에는 홍수경보가 발령됐으며, 경주 하동저수지와 송선저수지, 왕신저수지가 붕괴될 위험에 처해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포항 오천읍의 한 모텔에서는 불어난 물에 투숙객 15명이 고립돼 옥상으로 대피했다가 소방당국에 구조되기도 했다.

6일 오전 1시46분쯤 경남 사천시내 쓰러진 전신주를 소방당국이 절단 및 이동 등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경남소방본부 제공).2022.9.6.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은점마을의 37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부러졌다. 남해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 은점마을 이장이 마을 보호수인 느티나무가 부러졌다고 신고했다.

이 나무는 강풍에 밑동이 뽑히고 부러져 한쪽으로 쓰러졌으며, 인근에 설치된 정자쉼터도 바람에 날아갔다.

바다가 인접한 숲에 위치해 방풍목 역할을 해 온 이 나무는 높이 19m, 둘레 5.9m 정도로 지난 2001년 경남도 보호수로 지정됐다.

이 느티나무는 한쪽 큰 줄기가 괴사해 잘라내고 치료한 적이 있고 평소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에서는 정전 피해가 속출했다. 전날(5일) 오후부터 6일 오전 6시까지 제주에서는 모두 1만6939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현재 이 가운데 3056가구에만 전기가 공급되면서 복구율은 18.0%에 불과한 상태다. 나머지 9353가구의 경우 여전히 전기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정전으로 제주시 한경면의 한 양식장에서는 물고기 10여 톤이 폐사했다.

양식장 70여 곳이 몰려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일대에서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모슬포의 경우 구조상 지하수 취수가 어려워 바닷물을 취수원으로 사용하는데 이번 태풍으로 인해 수조에 다량의 모래 등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파·배추가 쓰러지고 선착장이 파손되는 등 전남 서남해안 피해도 잇따랐다.

진도에서는 벼 30㏊와 대파 30㏊, 배추 5㏊, 양배추 5㏊ 등 모두 70㏊의 농작물이 전복되는 피해를 입었다. 또 강한 바람에 가로수 10그루와 창고지붕 1곳과 정자 1곳이 파손됐다.

조도면 대마도에 정박 중인 어선 1척이 전파되고 전두리 앞바다의 어선 2척은 침수됐다. 대마도와 소성남도, 내병도, 모도 등의 정전피해도 발생했다.

신안군에서는 흑산면 예리선착장 400㎡가 파손돼 1억5000만원 정도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양식장과 어선 등 바다 시설물의 추가 피해상황을 확인중이다.

6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를 지나간 이후에도 제주시 용담 해안도로에 높은 파도가 치고 있다. 2022.9.6/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부산에서는 도로 파손과 자동차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이 이어졌다. 지난 5일 오후 7시13분쯤에는 해운대구 마린시티에 있는 한 건물의 4m 철문이 쓰러졌다.

마린시티에서는 높은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도로까지 침범하면서 도로 타일이 부서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외에도 가게가 침수돼 소방대원이 배수작업을 하고, 강풍에 쓰러진 가로수와 고장 난 신호등에 대한 조치를 했다.

부산항에 피항 중이던 선박들의 홋줄(계류삭)이 끊어지거나 풀리면서 표류한다는 신고가 이어져 해경이 조치 중이다.

경기지역에서도 피해신고 접수가 이어졌다. 시흥에서는 이날 오전 1시쯤 건물 3층 외벽에 설치된 음식점 나무간판이 떨어지며 행인을 충격해 1명이 부상했다.

하남 망월동에서는 전날 오후 7시쯤 망월천이 범람하며 산책중인 시민이 구름다리에 고립됐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울산에서는 6일 오전 1시쯤 울주군 언양읍 남천교 하부 하천에서 20대 남성 B씨가 물에 빠져 소방당국과 경찰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오전 9시20분 기준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발효된 태풍주의보가 해제된 상태다. 기상청은 낮 12시를 기해 강원 양양·속초에 폭풍해일주의보를 발효한 상황이다.

폭풍해일은 저기압의 기압강하, 기상조석과 천문조석, 풍랑 작용으로 해수면이 상승해 피해를 주는 현상을 말한다.

이날 같은 시간 강원남부산지·삼척평지·태백·동해평지·동해중부앞바다(강원남부앞바다)에는 태풍주의보가 발효된다.

s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