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가장 집단폭행 숨지게 한 10대들 살인 혐의 적용을… 유가족 재판부에 호소

"아들이 멈추라고 해도 폭행 이어졌다. 살인이다"
피해자 아버지 증인 출석, 다음 재판 10월6일 열려

지난해 8월 경기 의정부시 민락2지구 광장에서 30대 남성을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10대 남성들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이 열린 23일 법원 앞에서 만난 피해자 아버지. /양희문 기자

(의정부=뉴스1) 양희문 이상휼 기자 = 지난해 8월 경기 의정부시 민락2지구 광장에서 30대 남성을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10대 남성들에 대해 피해자의 아버지가 살인 혐의를 적용해줄 것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의정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유석철)는 23일 오전 11시 폭행 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10대 A·B군, 공동상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C·D군에 대한 두 번째 심리를 열었다.

이날 재판에 E씨의 아버지 F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사는 증인을 상대로 E씨가 숨진 당시 상황을 물었고, F씨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들은 이미 숨진 상태나 다름없었다. 왼쪽 광대뼈가 함몰돼 얼굴이 부어있었고, 목 뒤쪽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며 “의사는 편하게 보내주자고 했는데, 가족들은 기적을 바라며 기다리다가 결국 다음날 오후 2시47분에 하늘로 보내줬다”고 말했다.

검사는 이어 피고인 가족으로부터 사과나 연락을 받은 적 있느냐고 질문했다.

F씨는 “A씨 어머니가 ‘죄송하다’고 두 번 전화한 게 전부다. 그 외에는 없다”며 “이 사건으로 아내는 알코올 중독자가 됐고, 며느리는 어린 아들과 딸을 홀로 키워야 하는 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피고인 측 변호인은 F씨에게 “C씨 부친으로부터 합의금 일부와 사과 편지를 전달해주겠다고 증인을 대리하는 변호사로부터 연락받은 적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고, F씨는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 의정부지역 커뮤니티 '응답하라 의정부'에 게시된 30대 남성 사망사건 관련 노란색 국화 한다발이 바닥에 놓인 사진.

F씨는 마지막 발언에서 피고인들이 엄벌에 처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F씨는 “싸움이 40분가량 진행됐다. 아들이 너무 맞으니까 그 자리에서 ‘너희 하지 마. 그만해’ 계속 외쳤다고 한다. 가해자들은 충분히 폭행을 멈출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그런데도 아랑곳 않고 폭행은 이어졌고, 결국 죽게 만들었다. 명백한 살인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계속 아들한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피고인 4명과 기소 안 된 학생 2명 전원을 살인으로 공소 변경을 검토해줄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피고인들은 지난해 8월4일 오후 10시40분께 30대 가장 E씨를 집단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쓰러진 E씨는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들에 대한 첫 재판은 지난 6월 열렸으며, 당시 피해자 E씨의 사망 원인인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을 둘러싸고 피고인 측 변호인과 증인(부검의)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증인을 상대로 F씨의 사인인 외상성 지주막하 출별의 발생 원인이 피고인들의 직접적 폭행이라기보다는 ‘쓰러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취지의 변론을 펼쳤다.

이에 대해 부검의는 “의료기록과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부검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행위가 머리 손상에 따른 사망의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했다”며 “피해자는 맞고 나서 정상적 자세와 행동을 취하지 못한 채 목이 꺾인 상태로 1분 이내로 쓰러졌는데, 이는 뇌손상이며 사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부검의는 “사망의 본질적 원인은 충격의 강도가 아니라 충격의 영향이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10월6일 열린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