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급류 휩쓸려 숨졌는데 피해 인정 못 받아"

범람하면서 길·하천 구분 안 돼 실족…인명피해자 인정 안 돼
양평군 "사고 전면 재조사한 뒤 행안부에 보고 올릴 계획"

급류로 무너진 도로.(자료사진)

(양평=뉴스1) 양희문 기자 = 기록적 폭우로 적지 않은 인명 사고가 난 가운데 급류에 휩쓸려 숨졌는데도 자연재해 인명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발생했다.

지난 9일 오전 1시께 경기 양평군 강상면 교평리에 살던 최모씨(58)가 하천에 빠져 숨졌다. 최씨는 하천 범람으로 집이 침수되자 80대 노모를 이끌고 피신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물이 넘쳐흐르면서 농로와 하천 간 구분이 어려운 상태에서 물에 빠졌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하천이 넘쳐서 집으로 물이 들어오니까, 피하려고 밖에 나갔는데 길하고 하천이 구분이 안 돼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는 자연재해 인명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부주의나 실수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계획 수립 및 지침’에 따르면 ‘본인의 현저한 부주의 및 고의·실수 등 귀책 사유가 명백한 사고’는 자연재해 인명피해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돼 있다.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 관계자는 “집중호우 피해에 집계되지 않은 사례들은 개인의 부주의나 실수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해 자연재해 인명피해자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을 사람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명백한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임에도 단순 실수로 판단한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언론이 최씨가 주변의 만류에도 홀로 둑길을 걷다가 사고가 났다고 보도하면서 유가족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유진목 교평1리 이장은 “노모를 모시고 나오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사고가 난 건데, 일부 언론이 산책하다가 실족했다는 식의 사실 확인 없이 기사를 내보냈다”며 “자연재해 인명피해자로 분류되지 않은 것도 억울하지만 이런 보도는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민원이 계속되자 양평군은 최씨가 사고 난 배경에 대해 전면 재조사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당시 최씨가 길을 잘못 판단해서 빠진 것이기 때문에 자연재해 인명피해자로 분류하지 않았다”며 “추가 조사를 한 뒤 행정안전부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도 자연재해 인명피해자와 관련해 지자체에서 보고가 올라오면 면밀히 검토해 추가 지정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대본에 따르면 22일 기준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사고는 사망자 15명, 실종자 5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자연재해 인명피해자로 분류됐으며, 정부는 구호금 등 정부 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