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기초의회 곳곳 파행…민의 저버린 ‘그들만의 리그’

도내 기초의회 10여 곳 감투싸움에 의정활동 뒷전
선거 전 “일꾼 되겠다” 약속 당선되니 ‘쌈꾼’ 전락
의장단 각종 혜택에 눈 먼 의원들 ‘생계형’ 지적도

(경기=뉴스1) 최대호 기자 = ◇ ‘파행 맞은 기초의회’ 속사정 살펴보니…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구성을 둘러싸고 파행을 빚고 있는 도내 기초의회는 무려 10여 곳에 이른다.

성남시의회는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장직을 새누리당에 내주게 되면서 내부 불화가 시작됐다. 새정치연합은 당초 의장후보로 3선의 윤창근 의원을 내정했지만 윤 의원보다 당선 횟수가 많은 4선 의원들이 불만을 품고 반란표를 행사했다. 이 덕에 새누리당 박권종 의원이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의장으로 선출되는 이변을 낳았다. 결국 성남시의회는 지난 7~9일 임시회에서 특별위원장직 배분을 놓고 의장석 점거 등 파행을 빚었다.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보다 1석 더 많은 용인시의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수당이지만 의장직을 두고 내부 분열이 일면서 새누리당 신영수 의원이 어부지리로 의장에 당선됐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은 ‘이탈표’를 문제 삼으며 이후 진행된 상임위원장 선출 등에 불참했다.

이천시의회도 정당만 뒤바뀌었을 뿐 성남·용인시의회와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에 반란표가 발생해 새정치연합에 의장직을 내줬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김문자 의원이 부의장직을 꿰차고 상임위원장 선출과정에도 참여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합’이라며 김 의원을 비난했다. 새누리당 이천시당은 결국 김 의원을 제명했다.

성남·용인·이천시의회가 자당의원 간 의리(?)를 저버린 행위로 인해 문제가 불거졌다면 광주시의회는 의리의 사나이 덕에 부의장을 다시 선출해야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의장단을 구성하는 과정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의장으로 선출된 새정치연합 박해광 의원이 자당을 위해 부의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광명시의회는 다수당인 새정치연합에서 4선의 나상성 의원을 의장으로 추대하자는 당론이 나오자 이에 반발한 조화영·이길숙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들과 합세, 결국 조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나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연합 나머지 의원들은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나선 상태다.

새누리-새정치연합 의원이 각각 9대9와 4대4인 화성시의회와 양주시의회는 의장선출에 대한 당대 당 갈등이 지속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파행을 지속하는 상황이다. 여·야 의원 6대6 동수로 사정이 비슷한 시흥시의회는 의장직을 놓고 양당 간 기싸움을 벌이다 임기시작 10일 만에 가까스로 개원식을 가졌다. 이 밖에 파주시의회는 상임위원회 배정을 두고 문제가 발생했으며 의정부시의회는 소수당 배려 문제로 회의장 점거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갈등을 겪었다.

◇감투에 목매는 의원들…비난여론 고조

재선 이상급 기초의원들이 의장직 등 감투에 목을 매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장’직을 차지한 의원의 경우 명예는 물론 정치적 입지 등에서 평의원보다 큰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의장이 되면 지자체 전체 유권자들의 신임을 받아 당선된 단체장과 동급 예우를 받게 된다. 전용차량은 물론 개인집무실과 수행비서, 운전기사 등이 제공된다. 특히 한 번 의장직에 오르게 되면 ‘전직 의장’이란 경력 상 어드밴티지가 붙어 명예와 정치적 입지 상승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혜택이 크다. 시·군마다 약간씩 차이점은 있지만 의장은 매월 200~3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다.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의 경우도 매월 각각 100~200만원, 80~150만원 수준의 업무추진비를 보장받는다. 과거 명예직 시절과 달리 자기 돈을 쓰지 않고도 ‘의원’으로써의 명예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이 밖에 ‘장’급이 되면 공무원 인사와 예산편성 등에 대한 영향력도 강화된다는 것이 의회 안팎의 시각이다. 기초의원들이 원구성을 놓고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이유들이다.

하지만 감투싸움에 난장판이 된 시·군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성남시 분당구 시민 김모(40·남)씨는 “선거 전 ‘주민을 위한 일꾼이 되겠다’는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개인 영달을 위한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용인시민 이모(52·남)씨는 “과거 명예직 시의원들이 있었을 때는 그나마 자부심을 갖고 주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유급제가 된 이후로는 점점 생계형 시의원들이 사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천시민 양모(60)씨는 “몇 명 되지도 않는 시의원들이 일은 않고 볼썽사나운 집안싸움만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sun07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