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생존 단원고생 73명의 '71일만의 등교'
첫날 친구애도·자치수업 등…"평범한 소년 소녀로 대해 주세요"
- 이동희 기자
(안산=뉴스1) 이동희 기자 =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이 25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인사하며 등교하고 있다. 2014.6.25/뉴스1 © News1 김영진 기자
</figure>세월호 참사 생존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73명이 25일 71일 만에 학교에 등교했다.
학생들은 오전 8시40분 학부모들과 함께 버스 4대에 나눠타고 학교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학생들은 단원고 정문 앞에서 사회에 드리는 글을 발표한 뒤 학부모와 유가족에게 "학교에 다녀오겠다"고 인사한 뒤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학생과 학부모, 유가족 등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서로 끌어안고 흐느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학생 대표는 호소문은 통해 "이제 (세월호) 사고 이전으로 원래의 생활로 돌아오고 싶다"며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그만해 주고 그저 평범한 18세 소년 소녀로 대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저희는 아직도 수많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처음엔 샤워를 하지도 잠을 자지도 못할 만큼 공포에 시달렸지만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회복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학생 대표는 "애타게 불러도 다신 만날 수 없게 된 친구와 선생님이 있다"며 "어른들이 잊고 힘내라고 하지만 그들을 추억하고 잊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했다.
학생 대표는 "친구와 선생님들은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희생됐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엄벌해 달라"며 "이런 끔찍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보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들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복귀는 학생으로서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아이들의 선택"이라며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없고, 선생님도 계시지 않지만 그 몫까지 해내려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 두렵고 불안하지만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려는 아이들의 선택을 응원한다"고 했다.
또 "길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대해 달라"며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웃거나 울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학부모들은 "언론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접근을 삼가해 달라"며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은 부모들이 믿고 보낼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등교 첫날 학생들은 2학년 학생 15명(생존학생 2명 포함), 담임교사 등과 1교시 동행프로그램 수업을 받았다.
이어 2∼3교시에 옛 교실을 찾아 친구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갖고 4교시 자치시간, 5∼6교시 환경미화와 학교생활 준비 등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은 그동안 안산의 한 연수원에서 학부모와 합숙하며 심리치료 등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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