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혁신고 확산 전망…"입시교육 탈피 가능성"

교육주체 자존감 상승…학생·학부모 만족도↑
입시교육 선입견 해소가 관건

(수원=뉴스1) 진현권 기자 = </figure>4일 오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진보 단일 후보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후보가 부인 박영희 여사와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2014.6.4/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김상곤 전 교육감의 혁신학교 정책의 계승발전을 공약한 이재정 후보가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됨에 따라 앞으로 경기도내에서 혁신학교 지정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고등학교의 경우, 입시를 이유로 혁신학교 도입에 미온적이어서 공약이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혁신학교로 지정·운영중인 고등학교의 경우, 교사, 학부모 상당수가 혁신교육이 오히려 입시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어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선 3기 경기교육의 최대 화두인 혁신학교의 확산을 위해서는 일선 고등학교의 입시위주 수업 탈피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혁신학교 만족도 급상승

김상곤 전 교육감이 2009년 도입한 혁신학교는 올해로 5년째를 맞는다.

경기도내 초중고 2230개교 가운데 12.6%인 282개교(초 142교,중 107교, 고 33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운영중이다. 올해 혁신학교사업에는 197억원이 투입되고 있다.

일선 학교에 주입식 교육 대신 교사와 학생이 주체가 되는 혁신교육이 시행되면서 교육주체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도교육청이 2월 혁신학교 지정 2년차 이상된 초등학교 45곳과 중학교 32곳을 대상으로 구성원 만족도(5점)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은 2009년 3.27점에서 지난해 4.35점으로, 중학생은 2.34점에서 3.70점으로 각각 만족도가 크게 상승했다.

학부모는 이 기간동안 만족도가 3.74점에서 4.20점으로, 교사는 3.47점에서 4.68점으로 각각 껑충 뛰었다.

혁신학교 교육이 서서히 성과를 내면서 교육주체들의 만족도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고등학교의 경우, 입시위주 교육 때문에 혁신학교 확산이 다소 더디다.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혁신학교교육이 대학진학교육에 걸림될이 될 것이라는 선입견이 일선학교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혁신학교운영담당 곽원규 장학관은 "고등학교의 경우, 교장, 선생님들이 입시를 위해 열심히 문제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혁신학교 도입에 미온적이다"며 "그러나 혁신학교는 고등학교가 제일 절실하다. 서로 협의하면서 토론하는 게 대학입시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입시위주 교육 탈피 가능성 보여줘

현재 안산광덕고, 흥덕고, 시흥매화고, 운산고, 구리인창고, 복정고 등 고등학교 33개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운영중이다.

시흥매화고, 복정고 등 상당수 학교는 문을 연지 얼마되지 않아 학교선호도가 떨어지고, 교통여건도 좋지 않아 학생들이 가길 꺼려하던 학교다.

그러나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조금씩 평판이 달라지고 있다. 혁신교육이 시행되면서 학부모와 학생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입시교육 우려도 어느 정도 불식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일부 학생들은 혁신교육이 진도가 느리다는 점이 있다며 개선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혁신학교 3년차를 맞는 시흥매화고의 경우, 수업방식이 교사의 일방 수업에서 학생과 함께하는 수업으로 바뀌면서 학교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양정선 교사는 "학생들은 행복하게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있다. 선생님들도 혁신학교 근무에 대해 자부심이 많다. 학생 진학에도 도움이 된다. 잘하는 몇몇 학생만 끌어가선 안된다. 다같이 가야 된다"며 혁신학교 교육에 대해 긍정평가했다.

양 교사는 다만 "학생들을 방과후에도 1대1로 지도하다 보니 많이 바쁘다. 인력면에 있어 조금 더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평가도 긍정적이다.

임종옥 전 학교운영위원장은 "혁신학교 지정 이후 선생님들이 아이들 적성에 맞는 혁신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많이 줄었다. 만족스럽다"며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 수업과정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니까 오히려 입시에 더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정세준 군은 "혁신교육이 시행되면서 선생님들이 학생 의견을 많이 들어줘 만족한다"며 "혁신학교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개교한 성남 복정고도 혁신학교 지정 이후 교사와 학생들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김선임 운영위원장은 "혁신학교 시행 이후 학교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다"며 "그러나 다른 혁신학교의 경우,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다. 그 학교 실정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도교육청의) 감시감독이 철저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선하 양은 "모든 학급의 책상이 배움중심이 가능한 모둠식으로 배치돼 있어 수업집중도와 참여도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강의식으로 진행되는 수업보다 진도가 많이 느려 입시를 앞둔 3학년으로선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창 교사는 "2010년 개교해 역사가 짧고 교통이 불편해 선호도가 떨어지는 학교였다. 그러나 혁신학교 도입 이후 학교에 대한 자긍심과 자존감이 회복됐다"며 "선생님들이 힘든 가운데서도 지난 4월 혁신학교를 계속하기로 결정하고, 도교육청에 연장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혁신학교가 주입식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주체, 창의적 사고를 키워줌으로써 대학입시 중심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결정으로 보인다.

혁신학교의 선도모델인 성남 이우고등학교는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 혁신학교에 큰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정선대 학부모회장은 "혁신교육에 대해 아주 만족스럽다. 이 정책을 지속적이고 진정성있게 추진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입시교육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수광 교장은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공교육의 혁신모델을 만들어냈다.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며 "학교의 여러가지 의사결정과정에 학부모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한다. 그분들이 학교운영에 참여함으로써 여러정보를 많이 얻고,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다. 이를 바탕으로 이제 새 혁신의 단계로 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정기훈 학생회장은 "학생 자율시스템이 시행된지 10년 넘는다.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우고등학교는 설립초기부터 학부모,학생, 교사 모두 입시중심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자율, 창의적인 교육을 지향해 다른 혁신학교보다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시위주 교육 선입견 해소가 과제

혁신학교를 놓고 고등학교 사이에서도 평가가 서로 다르다. 혁신학교를 도입한 학교에서는 혁신교육의 효과에 점수를 주고 있는 반면 일반 고등학교는 입시교육을 이유로 도입을 꺼려하고있기 때문이다.

이재정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혁신학교 도입을 원하는 학교에 대해선 모두 지정·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초·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이 급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고등학교의 경우, 입시교육과 혁신교육의 양립을 놓고 의견이 맞서있기 때문에 도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대학입시를 이유로 혁신교육도입에 미온적인 학교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설득 등 대책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곽원규 장학관은 이에 대해 "못하는 애나 속 섞이는 애들이 들어와서 변화되고 성장하는 게 학교다. 수업 속에 배움이 있고 성장이 있다. 수업이 재미 있어야 한다. 수업이 바뀌게 되면 성장의 중심이 바뀌게 된다"며 "지금의 EBS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흥매화고 홍정수 교장은 "학교혁신의 중심은 선생님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전문성이 갖춰지지 앟으면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다. 선생님들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학교에서 지원해주고, 교육청에서도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hk1020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