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딸만 홀로 남기고 세상 떠난 무정한 父子(종합)
추석연휴 첫날의 무참한 총성…
- 이상휼 기자
(고양=뉴스1) 이상휼 기자 = 이날 오전 10시50분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의 한 아파트 화장실에서 최모(56)씨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져 있는 것을 딸(15)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경찰과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최씨의 아버지(92)도 안방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최씨의 아버지가 이날 이른 새벽께 지병을 앓다가 자연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장실 앞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최씨가 생활고를 비관하는 내용과 함께 집 안을 청소하다가 아버지의 권총을 우연히 발견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유서에 따르면 전직 경찰관이었던 최씨의 아버지는 퇴직하면서 45구경 권총을 몰래 빼돌려 집에 보관해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찰은 다른 경로로 권총을 입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최씨가 사용한 권총의 탄창에는 실탄 5발이 남아 있었다.
일정한 직업이 없었던 최씨는 아픈 부친을 모시면서 평소 생활고를 비관해왔으며, 지난해 치킨 배달을 하던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숨지자 경제난이 가중됐다.
삼대는 방이 3개인 이 집에서 각자 따로 방을 쓰고 있었으며, 딸은 할아버지가 숨진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를 여읜지 불과 한해 만에 아버지와 할아버지마저 충격적으로 떠나보낸 딸은 마땅한 친척도 없이 홀로 비극적인 명절을 맞게 됐다. 수 년 전 돈벌러 떠난 친오빠와는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가 부친의 임종을 지킨 후 슬픔을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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