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 이끌고 나온 수녀들…하교하는 고교생도 추모발길
제주항공 희생자 추모 발길 이어진 광주 합동분향소
참배객 광주 누적 1만8509명, 전남 4만5945명
-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3일 희생자들을 잊지 않으려는 평범한 시민들의 추모발길이 이어졌다.
3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는 회사원을 비롯해 나들이에 나선 시민 등이 찾아 숙연한 표정으로 국화꽃을 올리며 조의를 표했다.
광주 소화자매원에서 온 백발이 성성한 노(老) 수녀 5명은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오랜만에 도심으로 나왔다. 제단 앞에 선 이들은 한참 고개를 숙여 기도하고 성호를 그었다.
소화자매원의 수녀들은 젊은 시절부터 여성지체장애인을 보살피는 소화자매원에서 평생 봉사를 맹세하고 실천한 이들이다. 이제는 수녀원에서 노후를 보내는 이들은 안타까운 참사 소식을 듣고 희생자들의 넋이라도 위로하려 나왔다고 했다.
한 수녀는 "외면할 수 없는 너무나 큰 아픔이다. 우리가 기도로나마 그분들의 영혼을 기억하고,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하굣길 학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친구들과 함께 참배하러 온 살레시오여고 1학년 신해영 양(16)은 "근처 중학교 학생의 학부모님도 돌아가셨다. 참사의 아픔이 우리 모두 곁에 있는 가슴 아픔 사건이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분향소가 소재한 광주 동구의 장주영 미디어소통계장은 이날 상주로 나서 참배객들을 맞이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참사 현장인 무안국제공항을 방문한 데 이어 광주 합동분향소까지 함께 찾았다. 관계자들과 함께 참배한 뒤 '영면을 기도드리며 유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고 추모글을 적은 박 의원은 상주들을 묵묵히 격려했다.
박 의원은 "최우선 사안은 시신들의 DNA 조사 결과가 빨리 나오고 유가족들에게 돌려드리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리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조를 짜서 앞장서서 열심히 수습하고 있다"며 "국토부 장관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협의를 통해 특별법 제정과 차후 절차가 진행된다면 국회에서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은 1237명, 누적 참배객은 1만8509명이다.
전남은 무안합동분향소와 공항 분향소 등에서 3045명이 참배했다. 누적 참배객은 2만7979명이다.
zorba8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