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참사 5일째…더 울 힘도 없는 무안공항

"오히려 내 손을 잡아줬다"…유가족이 봉사자 위로
유가족들 말 없이 허공 보는 등 힘없는 모습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대형크레인 등이 보이고 있다. 2025.1.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무안=뉴스1) 이강 기자 =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5일째. 아침을 맞은 공항에서 지친 유가족들은 멍하니 허공이나 땅만 바라볼 뿐이었다.

어깨에 담요를 두른 채 풀린 눈으로 하염없이 대리석 바닥만 바라보던 한 유가족은 옆 사람의 위로에도 미동조차 없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혈색은 없었다.

아침 식사도 조용했다. 임시 텐트 안에서 말 없는 식사가 대부분. 간혹 3~4명씩 모여 구호 물품 박스를 식탁 삼아 라면과 김밥을 먹는 모습도 보였다.

임시 텐트 사이 놓인 쓰레기통에는 빈 소주병이 놓여 있었다. 쓰레기통에는 삶은 계란 껍질이 함께 들어있다.

오전 8시쯤 되자 몇몇 유가족은 찬 바닥에서 5일째 가족을 기다리며 뭉친 몸을 풀기도 했다.

밤새 계단 난간에 붙은 포스트잇은 가지런히 정리됐다.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는 "오늘도 조문이 이어지면 난간에 붙일 수 있도록 밤사이 정리해 뒀다"고 말했다. 그는 공항에서 밤을 보냈다.

봉사자들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광주와 전남의 자원봉사센터에서 온 정의헌 씨(29)는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1일부터 봉사를 시작한 정 씨는 "오히려 유가족들에게 위로받기도 해서 지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복죽을 나눠 드렸을 때 젊은 사람이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라며 손을 잡아준 유가족 이야기를 했다.

이미현 심리상담사는 참사 발생 당일인 29일부터 매일 봉사했다. 너무 오래 서 있는 바람에 다리에는 습포제를 붙였지만 이 씨는 "더 힘든 사람들이 있는데 감히 힘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민하실 수밖에 없으니 심리상담 대신 검안실 안내 등을 하며 같이 있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습당국은 6일까지 대부분 희생자에 대한 시신 인도 절차가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국은 "국과수에서 추가로 DNA 대조 결과가 나오는 분들에 대해서도 유가족들의 선택에 따라 인도절차가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고지점에선 희생자 유류품 수거도 일정 부분 진행됐다. 당국은 희생자들의 휴대전화 등은 유가족들의 입회 아래 포렌식 조사를 진행, 수사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