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허가부터 기체폭발까지 '마지막 9분' 무슨 일 있었나?
조종사 "메이데이…복항" 관제탑 "반대방향 착륙" 승인
양쪽 엔진 고장이나 동체착륙 시도 이유는 여전히 '미궁'
- 박영래 기자
(무안=뉴스1) 박영래 기자 =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참사의 '마지막 9분'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기체가 통제불능 상태가 된 이유나 조종사가 동체착륙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
2일 국토부 브리핑 등을 종합하면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탑승객 181명을 태우고 지난 29일 오전 1시 30분(현지시각) 태국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이날 오전 8시30분(한국시각) 무안공항 도착 예정이었다.
해당 항공기는 당초 도착 예정시간보다 30분가량 늦은 오전 8시 54분, 무안공항 관제탑에 착륙허가를 요청했다.
당시까지는 무난하게 순항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항공기는 무안공항의 남쪽인 01방향에서 활주로 진입을 준비했다.
착륙허가 3분 뒤인 8시 57분, 관제탑은 해당 항공기에 '조류 이동 주의' 조언을 전달했다. 당시 무안공항 관제탑에서 보낸 조류충돌 신호는 긴급신호가 아닌 일반적인 참조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제탑의 조류 이동 주의 조언 2분 뒤인 8시 59분, 조종사는 위급상황을 알리는 '메이데이'를 세 번 외친다.
이어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충돌), 버드 스트라이크, 고 어라운드(Go around·복행)"라고 관제탑에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초당대 비행교육원 원장인 정원경 교수는 "고 어라운드 상황에서는 엔진파워를 최고조로 올리고, 동시에 랜딩기어는 접고, 플랩도 접으면서 고도를 높이는 게 정해진 절차"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항공기는 높이 날아오르지 못한 채 활주로 왼쪽 무안낙지타운 상공을 지나 오른쪽으로 급하게 선회했다.
항공기는 원래 착륙방향인 01번 활주로로 돌아가지 못한 채 반대방향인 19번 활주로 방향에서 비상착륙할 것을 관제탑에 알렸다.
이 과정에서 제주항공 사고기는 19번 활주로로 2차 착륙을 시도하기 전 관제사와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국토부는 1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오른쪽 엔진은 이미 화염에 휩싸인 상황이라 공항을 한바퀴 돌아 원래의 01번 방향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복행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19번 방향 활주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랜딩기어는 내려오지 않은 채 항공기는 비상 동체착륙에 들어갔고 속도를 제어하는 플랩 역시 펼쳐지지 않았다.
기체를 바닥에 끌며 빠르게 활주로를 미끄러지던 항공기는 속도제어를 못한 채 9시3분 활주로 끝단에서 200여m에 떨어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에 충돌하면서 폭발했다.
폭발과 함께 비행기 동체는 모두 불에 탔고 탑승객 181명 중 2명만 구조되고 나머지 179명은 모두 숨진 채 수습됐다.
한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사고 여객기에서 수거한 조종석음성기록장치(CVR)의 데이터를 추출했다. 사조위는 이를 음성파일로 전환해 사고 전 2시간 조종사와 관제사 간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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