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꿈에 예쁜 모습으로 찾아와줘"…못 다한 말 담긴 '포스트잇'(종합)
[무안 제주항공 참사] 뒤늦은 진심·그리움 담겨
1일 오전 내내 위로 전하는 시민 발길 이어져
- 이강 기자
'이모 꿈에 예쁜 모습으로 찾아와줘'
(무안=뉴스1) 이강 기자 = 안산에서 왔다는 조 모 씨(26)는 6살 많은 사촌오빠를 떠나보냈다. 고작 손바닥 남짓한 종이에 담기엔 큰 마음이 눈물로 넘쳐흘렀다.
조 씨가 말하는 고인은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한 사람"이었다. 주변 사람과 어른 돌보기에 앞장서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고인을 좋아해 어려서부터 유달리 따랐다.
기억 속 고인은 "맏아들도 아닌데, 맏이 같은 오빠"였다. 고인은 목포에 살았다. 놀러 오면 "케이블카 타봤니? 박물관은 가봤니?"라고 물으며 좋은 곳을 데려가고 맛있는 게 있으면 먹여주려고 했었다. 바쁘지 않냐고 되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괜찮다"였다.
'이모 꿈에 예쁜 모습으로 찾아와줘' 흐르는 눈물을 애써 삼키고 떨리는 손으로 고인에게 남긴 부탁은 이뿐이었다.
조 씨 외에도 무안국제공항에는 새해를 맞아 절절한 마음을 전하는 시민과 유가족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계단 난간에는 지난달 29일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애도하는 수백개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한 유가족은 동생에게 '후회된다, 화해 못 하고 가서. 늦었지만 보고 싶었다, 많이'라는 뒤늦은 진심을 눌러 담았다. 그 옆에는 '여보 너무 많이 보고 싶어요'라는 애절한 마음이 담긴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시민의 안타까운 마음과 위로도 담겼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영면하시길'이라고 적은 김민겸 씨(65)는 "추모를 위해 완도에서 왔다"며 "착잡한 마음이고 온 국민이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범했던 일상이 힘든 일상이 됐지만, 그곳에서는 가장 편안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등의 문구도 붙었다.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는 계단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포스트잇과 펜을 나눠줬다. 이 씨는 "서울에서 혼자 내려왔다"며 "따뜻한 마음이 유가족과 희생자분들에게 전해지고, 그들이 작은 추모의 메시지라도 보며 위로를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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