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대신 떡국봉사"…제주항공 참사 위로의 손길 이어져

새해 아침 떡국봉사 나선 자원봉사자들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떡국봉사를 하고 있다. 2025.1.1/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무안=뉴스1) 박지현 기자 = "어려울수록 먹고 기운내야 합니다. 떡국 드시고 가세요."

을사년 태양이 떠오른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관리동 2층 식당에서 신진남 씨(54)가 유족들에게 외쳤다.

자원봉사자들에게 '팀장'으로 불리며 일을 진두지휘하던 신 씨는 "지인이 사고가 난 여객기에 타고 있었다. 뉴스를 듣고 믿기 어려웠다"고 자원봉사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공항에 모인 유족들의 식사가 어려울까봐 첫날부터 무안공항으로 달려나와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공항 로비로 가면 눈물이 계속 나와 근처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주방에는 신 씨와 같은 한국여성농업인 무안군연합회 회원 10여 명이 파란색 조끼를 입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찬물에 맨손으로 대파를 씻거나 계란을 풀고, 떡국을 그릇에 옮겨담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중간 중간 "간이 맞는지 확인해 봐", "육수 더 내야 해" 등 상황 확인도 잊지 않았다.

신 씨는 "유족들은 떡국 건더기도 못 넘기셔서 국물 위주로 끓이고 있다"며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 봉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떡국봉사를 하고 있다. 2025.1.1/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김치와 단무지 등 떡국에 곁들일 반찬 코너에도 봉사자의 손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일회용그릇에 반찬을 나눠담고, 포장된 김을 뜯으며 유가족들을 빈 테이블로 안내했다.

20대 딸과 함께 해돋이 대신 떡국봉사를 위해 새벽 5시에 집에서 나왔다는 50대 김정란 씨는 아픈 허리 때문에 이따금 주저앉아 허리를 두드렸다.

광주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딸 변희주 씨(28)도 부족한 김과 추가 반찬을 테이블로 나르는 데 분주했다.

눈물자국이 마르지 않은 채 식사하던 유족들은 아무런 말 없이 따뜻한 떡국을 먹었다. 유족으로 보이는 한 40대 남성은 "어제 장례식 후 힘들었는데 잘 먹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유족들의 새해 바람은 희생된 가족을 하루빨리 수습하는 것이다. 슬픔에 빠진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봉사자들은 밤낮없이 일하며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