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함 가지고 아내 고향 가고파"…적막한 태국 희생자 빈소(종합)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른 장례지만 찾는 이 없어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유골함을 가지고 아내의 고향(태국)에 들르고 싶어요."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 째인 31일 태국 국적 A 씨(45·여)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 A 씨는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 중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수습돼 먼저 장례를 치르게 됐다.
그러나 근조화환이 늘어서고 조문객이 드나드는 다른 빈소와 달리 A 씨 빈소는 남편 혼자 덩그러니 빈소를 지켰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영정사진 속 A 씨와 달리 남편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채 바닥만을 바라봤다.
빈소는 조화 하나 없이 광주시장의 근조기 하나만 덜렁 놓여 쓸쓸함을 더했다. 장례 등을 돕기 위한 공무원과 제주항공 관계자 등만 왕래가 있을 뿐 가족과 지인들의 방문은 드물었다.
A 씨는 지난 2019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전남에서 생활해 왔다.
최근 남편과 함께 고향인 태국을 찾았다가 남편이 먼저 한국으로 돌아왔고 A 씨는 현지에서 더 머물다 돌아오던 중 변을 당했다.
그는 한국행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남편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내일 아침에 보자'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그 말은 지켜지지 못했다.
A 씨 남편은 "유품 뿐 아니라 아내의 휴대전화도 없어 아내의 지인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다"며 "겨우 친구 1명과 연락이 닿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아버지도 건강이 좋지 않아 한국에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례를 치른 뒤 아내의 유골함을 가지고 태국에 가고 싶다"고 전했다.
A 씨 남편은 경황이 없는 탓에 빈소가 마련된 뒤에도 초도 켜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을 찾은 강기정 광주시장은 전남도와 제주항공 측에 장례 이후 A 씨 유가족이 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 요청 등을 주문했다.
광주시 외국인주민과에서도 도움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강기정 시장은 "한국까지 오게 된 고인이 남편과 이별하게 돼 안타깝다"며 "광주·전남의 따뜻한 마음이 유족께 전달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도 희생자 B 씨(67)의 장례 절차가 진행됐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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