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가득한 무안공항…자원봉사·선결제로 작지만 따뜻한 위로

"유가족 마음 어찌 위로할까…곁에 많은 이들 머물러 주길"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대형크레인 등이 보이고 있다. 2024.12.3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무안=뉴스1) 최성국 박지현 이강 기자 = 제주항공 참사로 슬픔이 가득한 무안국제공항 안에서 유족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한 자원봉사와 선결제가 이어지고 있다.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1~2층 내부에는 유가족들이 200여개 임시 텐트에 의존한 채 하염없이 사망자 수습을 기다리고 있다. 신원확인과 검시·검안에 장시간 소요되면서 무안공항은 사흘째 통곡으로 가득하다.

텐트 옆으로는 유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단체의 구호물품이 한가득 쌓여 있다. 유가족들이 식사라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여러 부스가 마련됐지만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밥조차 먹지 못하고 있다.

주진호 사회복지사(30)는 전날부터 이틀째 자원봉사자를 자청하고 있다. 주 씨는 "먹거리랑 물, 마스크 등을 나눠드리고 있다. 이런 봉사가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해줄 수 없겠지만 소방, 경찰, 의료진 등 수습당국에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객기 참사 자체가 너무 안타깝다. 저조차 이럴진대 유가족들의 마음은 어떻겠느냐"며 "유가족과 국민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도록 사고 원인 등 모든 걸을 명백하게 파헤쳐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대학교 3학년생인 김홍수 씨(23)도 꼬박 이틀을 무안공항에서 보내고 있다.

호남대 대학생 전문 의용 소방대원인 그는 유가족 텐트를 돌아다니며 담요, 양말, 칫솔 같은 생필품과 방한용품을 나누며 아픔을 함께했다.

국제구호단체 소속인 박민선 씨(32·여)는 "공항 전체에 통곡소리가 많이 나 처참하다. 쉬운 마음으로 봉사를 나오지 않았다"며 "유가족들이 하는 이야기는 한결같이 '여기에서 함께 힘이 되어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분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유가족분들이 떠나시기 전까지 최대한 자리를 지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항에는 유가족들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돌보기 위한 소방당국과 심리센터도 자원봉사에 나섰다. 유족들이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아 직접 찾아다니며 상담을 하고 있다.

공항 외부에도 유가족과 수습당국, 자원봉사자들의 식사를 돕기 위한 구호단체들이 자리를 잡았다.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이디야커피에 시민들의 선결제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4.12.31/뉴스1 ⓒ News1 최성국 기자

공항 2층에 위치한 카페에도 이들을 위한 '선결제'가 이어졌다. 한 유튜버는 구독자들이 건넨 돈을 모아 400만 원 상당의 음료를 이곳에 선결제했다. 다른 시민들도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제공해 달라며 음료를 선결제했다.

인천에서 자원봉사를 온 윤현미 씨(62·여)는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깨끗한 곳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쓰레기 정리 등을 하고 있다"며 "각계각층이 자원봉사에 나서고 선결제로 멀리서나마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다.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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