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태원 유가족도 조문 "이젠 편히 쉬소서"

광주 분향소 애도 이어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2024.12.31/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이젠 편히 쉬소서."

무안 제주항공 참사 사흘째인 31일 정오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동료와 함께 분향소를 찾아 슬픔을 나눴다. 낮 12시 30분이 넘어서자 조문행렬은 10m가량 길게 늘어섰다.

추모제단에는 하얀 국화다발이 수북이 쌓였다. 분향소 인근은 희생자들의 영면을 비는 근조화환과 근조기 등이 줄지어 들어섰다.

이태원참사로 자녀를 잃은 한 부부도 분향소를 찾았다. 부부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조문록에 '이젠 편히 쉬소서'라고 적었다.

희생자의 대학동창인 이수정 씨(51·여)도 붉어진 눈으로 분향소에 와 헌화했다.

이 씨는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아무 생각도 안 들고 멍하고 놀랐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있는지 황망할 따름"이라며 "발랄하고 사회활동에 관심이 많은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근에 '잘살고 있냐'며 오랜만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나눴었다. 잘산다는 이야길 듣고 서로 응원했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나중에 다시 만나면 꼭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온 꼬마도 까치발을 들어 국화꽃을 올리며 피해자들의 영면을 기원했다.

아이의 엄마 박선희 씨(28)는 "아이가 7살이다 보니 직접 뉴스를 보고 내용을 이해한다. 보면서 '내 친구나 가족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 슬프다'고 하길래 분향소에 데리고 왔다"면서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희생자들 모두 천국에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와 함께 온 손영호 씨(33)는 "희생자 중 우리 지역 사람이 많지 않냐. 광주 사람으로서 너무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합동 분향소 설치됐다고 하길래 점심시간 쪼개서 왔다. 누구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모두가 애도의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옥현진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대주교와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들도 분향했다.

KCTV광주방송 최용훈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 20여 명도 헌화하고 명복을 빌었다. 이들은 단체로 애도한 뒤 광주천 천변 쓰레기를 줍는 정화 봉사활동으로 종무식을 대체하기도 했다.

이날 낮 12시 30분 기준 분향소에는 822명의 시민들이 찾아왔다. 분향소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