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결혼 청첩장 준 예비신부인데" 광주 분향소 애도물결
[무안 제주항공 참사] 링거 꽂은 환자도 찾아와 추모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내년 3월 결혼식에서 보자며 청첩장 준 예비신부인데…."
30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분향소. 참담한 마음에 소식을 듣자마자 애도를 위해 찾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장소에는 하얀 국화꽃과 직접 준비해 온 국화다발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분향소 인근은 희생자들의 영면을 비는 근조화환과 근조기 등이 줄지어 들어섰다.
분향소에는 아이를 안고 온 시민부터 교복입은 학생들, 제복 입은 경찰들까지 각계각층이 떠나간 이들의 넋을 위로했다. 한 시민은 병원복을 입은 채 링거를 손에 들고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17개월 아들, 남편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이선영 씨(30·여)는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쳤다. 친한 언니의 사고 소식을 접한 후 뉴스만을 바라보며 발을 굴렀다. 이 씨는 "내년 3월에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였다. 청첩장을 주며 결혼식 때 보자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사고로 같은 반 친구를 떠나보낸 중학생 5명도 헌화와 분향을 마친 후에도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서강중 재학생인 한혜원 양(15)은 안타깝게 희생된 동급생 친구에 대해 성실하고 밝은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한 양은 "친구는 전교 10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학급에서 서기를 맡고 방송부 활동도 하는 적극적인 친구였다"고 했다. 가족들과 방콕여행을 떠나기 전 단체대화방에서 "갖고 싶은 기념품을 말해달라"고 말하며 친구들을 살뜰히 챙기기도 했다.
무안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친구들에게 재밌는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그게 마지막 대화가 됐다. 한 양을 비롯한 5명의 중학생은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헌화와 분향 내내 눈물을 흘리던 박미경 씨(59·여)는 방콕여행을 떠난 친구를 떠나보낸 후 애도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분향소를 2차례 찾았다.
박 씨는 "지난주 토요일에 친구와의 통화가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내년 1월 중순 일요일에 신년회 겸 순천 오천동 맛집에 함께 가자했는데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 됐다"고 했다.
광주 5·18광장에 설치된 분향소는 오후 4시 기준 1200여 명의 시민이 다녀갔다. 분향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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