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결혼 청첩장 준 예비신부인데" 광주 분향소 애도물결

[무안 제주항공 참사] 링거 꽂은 환자도 찾아와 추모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피해자 학생이 친구들에게 보낸 대화 내용.(한혜원양 제공)2024.12.29/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내년 3월 결혼식에서 보자며 청첩장 준 예비신부인데…."

30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분향소. 참담한 마음에 소식을 듣자마자 애도를 위해 찾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장소에는 하얀 국화꽃과 직접 준비해 온 국화다발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분향소 인근은 희생자들의 영면을 비는 근조화환과 근조기 등이 줄지어 들어섰다.

분향소에는 아이를 안고 온 시민부터 교복입은 학생들, 제복 입은 경찰들까지 각계각층이 떠나간 이들의 넋을 위로했다. 한 시민은 병원복을 입은 채 링거를 손에 들고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17개월 아들, 남편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이선영 씨(30·여)는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쳤다. 친한 언니의 사고 소식을 접한 후 뉴스만을 바라보며 발을 굴렀다. 이 씨는 "내년 3월에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였다. 청첩장을 주며 결혼식 때 보자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사고로 같은 반 친구를 떠나보낸 중학생 5명도 헌화와 분향을 마친 후에도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서강중 재학생인 한혜원 양(15)은 안타깝게 희생된 동급생 친구에 대해 성실하고 밝은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30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설치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24.12.30/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한 양은 "친구는 전교 10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학급에서 서기를 맡고 방송부 활동도 하는 적극적인 친구였다"고 했다. 가족들과 방콕여행을 떠나기 전 단체대화방에서 "갖고 싶은 기념품을 말해달라"고 말하며 친구들을 살뜰히 챙기기도 했다.

무안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친구들에게 재밌는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그게 마지막 대화가 됐다. 한 양을 비롯한 5명의 중학생은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헌화와 분향 내내 눈물을 흘리던 박미경 씨(59·여)는 방콕여행을 떠난 친구를 떠나보낸 후 애도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분향소를 2차례 찾았다.

박 씨는 "지난주 토요일에 친구와의 통화가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내년 1월 중순 일요일에 신년회 겸 순천 오천동 맛집에 함께 가자했는데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 됐다"고 했다.

광주 5·18광장에 설치된 분향소는 오후 4시 기준 1200여 명의 시민이 다녀갔다. 분향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