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한눈에 알아봐…" 신원 확인 시작에 유족들 오열
[무안 제주항공 참사] 슬픔에 잠긴 공항…유족 위한 자원봉사도
- 김종훈 기자, 장시온 기자
(무안=뉴스1) 김종훈 장시온 기자 = "예쁜 모습만 기억하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희생자 유족들은 전날부터 계속되고 있는 신원 확인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번 사고로 46세 큰딸을 떠나보낸 전재영 씨(71)는 딸의 시신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달음에 사고 현장으로 갔다고 했다.
전 씨는 "마지막 가는 길인데 '나라도 같이 해야지'란 마음에 (현장을) 봤다. 한눈에 우리 딸인 걸 알아봤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무안공항에 유가족을 위해 마련된 텐트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전 씨의 눈에선 피로감이 묻어났다.
전 씨는 "한국의 많은 아버지들처럼 무심한 아빠라서 표현이 미숙했다. 우리 딸이 정말 열심히 살고 기특한 딸인데 동료들과 여행을 떠났다가…"라며 흐느꼈다.
전 씨처럼 밤새 희생자 시신의 신원 확인을 기다린 유가족들은 무한공항 곳곳에 앉아 소식을 기다렸다. 이들은 신원 확인 연락이 오진 않는지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공항 내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일부 유가족은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실신하기도 했다. 한 유가족은 현장에서 대기하던 구급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일상을 잃어버린 이들 유가족에게 구호 물품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적십자사, 지역 보건소, 종교단체 등이 무안공항을 찾기도 했다.
이들은 공항 곳곳에 테이블을 펴고 이번 참사 희생자 유족들에게 바나나, 귤, 초코바를 나눠주고, 칫솔과 물티슈 같은 생필품도 제공했다.
봉사활동에 나선 이윤동 목사는 "유가족이 넋 나간 표정으로 우릴 찾아오신다"며 "이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이웃이 되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등은 전날부터 지문 감식을 통해 이번 참사 희생자 신원을 확인 중이다. 그러나 일부 사망자 시신은 지문 감식이 어려울 정도로 훼손이 심각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무안공항에선 전날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 7C2216편이 착륙 중 활주로를 지나쳐 공항 외벽과 충돌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과 승무원 등 181명 중 179명이 숨지고 단 2명만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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