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만5000원' 40년 전통 전남소방공조회 폐지 결정
기금고갈 우려에 내부 반발…전 대원 상대 폐지 투표
83% 폐지 찬성…청산 시 개인별 납입액의 88% 손실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전남소방본부 대원들이 전통처럼 이어온 '공조회'가 찬반투표를 거쳐 40년 만에 결국 폐지됐다. 매달 월급 일부를 공조회비로 내온 4300여명의 소방관들은 공조회 폐지에 따라 그간 입금한 돈의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22일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남소방본부 소속 직원 4300여명은 직급과 관계없이 매달 4만 5000원을 월급에서 공조회비로 내왔다. 기간은 퇴직 때까지다.
이 공조회는 소방관에 대한 복지혜택이 적었던 1983년에 서로 돕기 위한 계모임 성격으로 처음 조성됐다. 대원들이 월급에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상부상조를 챙긴다는 목적이다.
해당 공조회비는 조의금과 축의금 등으로 사용되며 퇴직 소방대원에 대해서는 퇴직 전별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영돼 왔다.
문제는 '회비 고갈' 우려가 터져나오면서 불거졌다.
올해 기준 대원으로 40년을 근무했을 때 내는 공조회비를 계산하면 총 2160만 원, 30년을 근무했을 땐 1620만 원을 내게 된다.
반면 퇴직하는 직원에게 공조회가 지급하는 전별금은 1인당 3000만 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퇴직자들에게 수억원의 공조회비가 일괄 집행됐다. 직원들은 이런 식의 형태로는 결국 공조회비가 고갈돼 이후엔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거셌다.
입사년도가 늦을수록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젊은 소방관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심했다.
반발은 전남소방본부 내 게시판에서도 '낸 것보다 적게 가져가도 유지하기 힘든데, 낸 것보다 많이 가져가면 유지가 가능하느냐', '공조회를 탈퇴하고 싶다', '안 내고 안 받겠다', '원금이라도 돌려받으려면 공조회를 유지해야 한다', '회계감사를 해야 한다' 등의 불만으로 표출됐다.
전남소방본부 노동조합도 공조회의 공정 운영, 제도적 개선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우려가 확산되자 전남소방본부는 공조회비 유지 적정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외부 용역을 맡겼고, '전별금과 회비를 줄이면 공조회 유지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방은 공조회 유지를 직원들의 찬반투표에 맡겼다. 최근 이뤄진 투표에는 소방대원 4300여명 중 93%가 참여했다. 그 결과 폐지 찬성 의견은 83%에 달했고 투표 결과에 따라 공조회는 청산절차를 밟게 됐다.
공조회 폐지 수순에 따라 전남소방대원들은 그동안 매달 납입한 돈의 평균 88%를 돌려받지 못한다. 납입 기한에 따라 피해금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인당 수백만 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찬반투표에 따라 공조회를 폐지하기로 했고, 전 직원이 공동으로 손해를 부담하게 됐다"며 "납입 기한에 따라 남은 금액을 분산 조정하는 방식 결정 등 공조회 청산절차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일을 겪은 광주소방본부는 약 4년 전 자체 공조회를 폐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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